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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남원과 바이로이트

바이로이트는 독일의 한 작은 도시로 작곡가 바그너의 고향이다. 이 바이로이트에서는 매년 바이로이트 음악 축제가 열리는데 전세계로부터 바이로이트 음악 연주가들이 대거 몰려들어 축제 기간 중에는 큰 혼잡을 이룬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들은 예약표를 구하기조차 하늘의 별 따기이다. 오죽하면 바이로이트는 바그너로 먹고 산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독일의 작은 도시 바이로이트를 떠올리다보면 내 고향인 남원이 생각나곤 한다. 남원 역시 한국적 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 춘향전의 고향이자 판소리 동편제의 탯자리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남원은 예향중의 예향이라 할 수 있다. 도자기와 목기 같은 공예품이 활발하게 생산되어졌고 합죽선의 생산지로도 이름이 높았다. 임란 때 끌려간 남원 출신의 도공 심수관은 일본사회에서 그 뛰어난 도예 기량으로 신화적인 인물로 추앙 받을 정도였다. 그 땅에는 독특한 예(藝)의 정신이 면면히 흘러오고 있다고 보여진다. 산업사회에 와서 그러한 도도히 흐르던 예의 정신과 기질이 어느 정도 단절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건과 계기가 마련되면 얼마든지 다시 부흥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남원과 같은 도시를 아예 <문화특구> 로 설정하여 발전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으로는 한 지역이나 도시도 특화되어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문화의 세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문화 특구라고 불릴만한 도시가 마땅치 않은데 남원 같은 도시는 그런 점에서 문화도시로 클 수 있는 잠재력이 참 큰 것 아닌가 싶다.

 

남원역 주변에 사라진 <객사> 를 복원시키고 <판소리 박물관> <도자 박물관> <심수관 기념관> <옹기 박물관> 같은 전시 공간을 만드는 것도 미래의 문화도시 남원이 해야할 일들이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춘향전> 을 국제적 오페라 차원으로 꾸며 춘향제 때는 물론 연중 무휴로 공연을 하게 하는 것이다.

 

세계가 이제 한 마당인데 좋은 구경과 아름다운 예술이 있는 곳이라면 많은 세계인들도 불원천리 찾아올 것이다. 남부 독일의 한 작은 도시 바이로이트에 바그너의 음악혼을 찾아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 듯 한국 오페라 <춘향전> 구경을 위해 세계인들이 철철이 남원을 찾는 것도 결코 허황한 꿈일 수 만은 없는 것이다.

 

/김병종 (화 가,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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