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03 01:4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영21] 대안학교 3 - 진안 진솔대안학교



 

운장산(雲長山)이 바라다 보이는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개화마을에 자리잡은 진솔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대안학교다.

 

이 학교는 임천호 교장(37)이 지난해 3월 폐교된 대불초등학교를 임대해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 생활 부적응 등 갖가지 이유로 학교를 떠난 아이들을 품에 안아 가르치는 곳이다.

 

교문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50-2백년된 20여 그루의 적송(赤松)이 눈길을 붙잡는다. 적송 사이로 스원스런 솔바람이 운장산의 정기를 실어 나르는듯 청량감이 감돈다. 이 학교 재학생은 모두 23명. 14-19세 사이의 중학과정 10명과 고교과정 13명 등이며 이중 여학생은 4명이다. 교사는 6명. 전원이 관사를 개조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이 고향인 병천군(19·가명·이하 가명)은 학교 폭력의 희생자. 서울 G정보고에 다니다 교내 폭력에 시달려 자폐증상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해 이곳에 내려온 후부터는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학습능력도 정상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와 함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사고를 치고 다니다 이제 맘을 잡은 승수(17), 범생이(모범생) 였다 약물복용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재영(18)도 이곳에서 새 삶을 일구고 있다. 애정결핍으로 정서가 불안한 여학생 연희(16)의 상처도 많이 아물었다.

 

이처럼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제도권으로 부터 심한 상처를 입은 경우가 대다수다. 사회에서 흔히 비행소년·소녀라 부르지만 알고보면 영혼이 유리알처럼 맑은 아이들이다.

 

이러한 심성이 사회에 의해 잠시 비뚤어졌다가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기독교 정신에 의해 거듭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평범한 아이들입니다. 나름대로 특기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 그것을 개발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 교장과 그의 부인 조현주씨(38·국어담당)는 “소외된 학생들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신앙교육. 기독교 정신을 강조하기 때문에 아침 8시30분부터 30분간 예배를 보고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동안 ‘경건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에는 설교나 성경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묵상일기를 쓰도록 하고 있다.

 

그 다음이 국어 영어 수학 등 도구과목을 중요시 한다. 이들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면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되고 다른 과목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는 교육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중 하나가 사회성 교육이다. 사회적응 훈련과 공동체 교육이 그것. 격주로 한번씩 사회현장 탐방과 등산활동을 벌인다. 사회현장 탐방은 관공서나 박물관 등을 찾고 양로원 방문이나 부랑자 체험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부안 위도(蝟島)에 들어가 유적지를 조사했고 제주도 트레킹에는 전교직원이 참가해 동료애를 다졌다. 또한 등산활동으로 설악산 덕유산 운장산 마이산 등을 전교생이 함께 올랐다.

 

학생들을 4개조로 나눠 세탁용 비닐과 천, 알콜 등을 이용해 열기구를 제작, 하늘로 띄웠으며 모형 로케트도 만들어 보았다. 또 자연체험 학습을 위해 5백여평의 실습지 땅을 1평씩 분양, 고추나 상추 당근을 심어 가꾸도록 하고 있다.

 

학교에서 흡연은 절대 금물. 흡연을 하다 적발되면 퇴교를 시킨다. 그것은 원칙을 지키는 생활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교육의 일환이다.

 

수시로 모집하는 전형방법도 독특하다. 교장이 보호자와 학생을 면접한후 2박3일간 학교에서 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심리검사, 지능검사 등 평준화검사와 적응성 테스트 등을 거치고 있다. 학력도 측정하지만 절대조건은 아니다. 또 30% 가량은 부모가 없거나 생활이 곤란한 학생을 뽑는다.

 

이 학교의 가장 큰 고민은 다른 대안학교와 마찬가지로 재정문제다. 후원자가 있긴 하나 미미한 형편이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와 폭설을 연탄 하나에 의지해 이겨내야 했다. 연간 임대료 1천4백여만원과 인건비 운영비 등 모든 여건이 빠듯하기만 하다.

 

다음은 학부모들의 인식부족. 비정규 과정이므로 학력이 시원치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 졸업생 2명이 대구에 있는 대학에 진학, 그러한 염려를 불식시켰다. 이 학교가 뿌리를 완전히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시련을 더 견디어야 할 듯 싶다.

 


 

설립이념과 임천호 교장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장 28절)

 

임천호 교장은 이같은 성경말씀에 기초해 학교를 이끌고 있다. 학교 이름 진솔도 진리(眞·하나님의 말씀)를 따르는(率) 학교라는 데서 따왔다.

 

임 교장은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탈락해 왕따 당하고 폭력 가출 음주 약물흡입 등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소외의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쉼을 줌으로써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충북 옥천이 고향인 임 교장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교회 집사인 그는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고 야학(夜學)에서 공부를 배웠다. 그러한 배움을 바탕으로 18년전 서울 청량리 588 부근에서 주변 아이들을 대상으로 야학을 시작했다. 그러다 3년전에는 경기도 화성의 김진홍 목사가 운영하는 두레공동체에서 고아와 버려진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일을 했다. 대안학교인 두레자연고를 1999년 3월에 문을 열어 교장을 잠깐 맡다 이곳으로 옮겼다.

 

임 교장은 “고아 2백명쯤 모아 가르치고 싶다는 평소의 꿈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상진 chos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