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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40년 가까이 하지 못했던말 이제사 사랑한다는말 전한다

허호석(시인)

S야,

 

넌 내게 와서 비가 되고 눈이 되고, 넌 내게 와서 꽃으로 피고 지고, 외로움이 되고 행복이 되고, 넌 내게 와서 술이 되고 노래가 되었지 모든 게 다 네게서 비롯되었으니 넌 내게 와서 시가 되었다.

 

그 옛길을 가봐요, 보리물결 저만큼 얼핏 서 있는 찔레꽃 환한 사람아, 널 스쳐온 향기에 꽃물 드는 그리움, 만남이 아픔이던 게 사랑이었나 전생에 예정된 인연이라 그리움의 밑그림뿐 우리에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다.

 

기다림의 약속도 없는 비어 있는 길 어디까지 가지고 갈 이름 하나 나의 시속에 아프게 묻었다. 세월의 바람에 흩뿌린 시는 산에 들에 꽃으로 피고 지고 하늘에 올라 지울 수 없는 별이 되었다.

 

돌아보면 한순간의 바람인 걸 너의 해안을 떠돌던 옛 생각의 길섶마다 빛바랜 세월이 널린다. 이 세상에 태어나 너를 사랑하고 후회 없이 지는 잎새라 내 그림자 하나 강물에 떨어뜨리고 구름이듯 산을 넘으면 그만인 걸 나 여기 왜 머뭇거리는지 모르겠다.

 

“왜 사느냐고 누가 묻거든 못 다한 사랑 때문이라고” 대답을 하겠다는 노랫말이 있지 그래, 우리 모두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흔한 사랑한다는 말, 그런데 그런데 40년 가까이 하지 못했던 말, 이제사 사랑한다는 말 전한다.

 

이 엽서가 닫힌 네 창가에 퇴색한 잎새로 낙화가 될지라도…….

 

꿈처럼 걷던 언덕길엔 아름다운 옛이야기들이 자잘한 풀꽃으로 피어 있겠지. 또 하나 봄날은 간다. S야 보고 싶다.

 

/허호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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