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공간은 하나였다. 그곳에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벽을 만들어 공간을 나눴다. 건축비평가들은 공간을 세우는 방식을 뼈대를 세우는 방식(Tectonic)과, 벽을 세우는 방식(Stereotomic)으로 나누었다. 초기의 건축가들이 세운 건축은 공간이라기 보다는 외부와 단절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공간의 자유를 추구하는 건축가의 의지에 따라 점차 내부공간이 커지고, 창이 많아지면서 내부와 외부가 하나되어 가고 있다. 건축은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 지는 것으로 공간이 그 본질이다. 즉 공간이 없는 건축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9세기 초가 될 때까지 건축에서 공간을 중심에 두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건축을 공간예술로 논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의 역사적 산물이다. 그 이전에는 시간과 마찬가지로 공간을 형이상학적인 주제로 생각하여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연구의 몫이었다.
공간은 원래 최초의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건축가의 욕망도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어 가고자 한다. 하지만, 건축은 제한된 영역 안에서 아직도 충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공간에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공간을 다루는 사람들의 오래된 염원이다.
근대에 와서 거장이라 불리는 르코르뷔제의 , 미스등에 의해 중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내부공간에 균질한 기둥의 배치, 자유로운 벽체 등의 개념을 통하여 공간을 무한히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와 노력이 있어왔다. 좋은 예가 커튼월이라고 부르는 유리벽의 사용으로 막혔던 벽을 시각적으로 내?외부공간을 연계한 것이다.
최근에는 근대적인 가능성을 극단까지 몰고 가려는 경향이나 모던과의 단절 및 해체를 통하여 새로운 공간을 찾아가려는 경향들이 있었다. 후기 산업사회라 불리는 지금의 시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우리에게 공간을 설득하며 다가오고 있다. 공간이 지속적으로 머무는 곳이라기 보다는 잠시 머무는 곳이라고, 이러한 공간은 속도감과 변화, 덧없음과 가벼움이 특징이라고 말이다. 거대하고 드라마틱한 실내공간을 갖는 터미널, 공항청사, 호텔로비, 대형상업홀 등에서 우리는 외부처럼 느끼며, 배회하는 내부공간을 만나게 된다. 또한 라스베가스나 디즈니의 공간은 가상이 현실이고, 현실이 가상인 공간의 좋은 예이다. 현대의 공간은 이렇듯 유목적이고 가상적 공간속으로 유영을 해 가고 있으며, 비평가들은 이러한 공간을 시뮬라크르의 공간이라고 한다.
건축행위가 있음과 동시에 야기된 공간은 건축가들의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공간의 범위도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가상의 공간속의 자유로운 생각들이 거부감 없이 우리에게 흡입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공간은 어디까지 변화해 나갈지 의문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구획하여 소유한 공간을 해체하고 자연에게 돌려주려는, 무소유로 돌리려는 생각이 참다운 자유를 추구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건축사사무소예림.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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