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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시선 1318' 프리뷰

공부·진로·출산…대한민국 청소년 현주소 담아내

감태용 감독의 '달리는 차은'의 한 장면. (desk@jjan.kr)

낡은 선풍기가 돌아가던 콩나물시루같은 교실. 퀘퀘한 땀냄새가 배여있던 그 곳에서 10대를 보낸 이들은 에어컨 빵빵한 교실에서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요즘 아이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던 시절이 있었는데, 꿀밤 한 대 맞았다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다니….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애들'이다. 그러나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이쁜 년"은 20년 전이나 후나 여전히 '공공의 적'이란 걸 안다면, 공범자가 된 듯한 기분에 묘한 미소가 번진다.

 

'2008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시선 1318> 은 그렇게 세대와 세대를 이어내는 데 성공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네번째 인권영화프로젝트. '청소년 인권'이란 공통의 키워드가 주어졌을 뿐, 방은진 전계수 이현승 윤성호 김태용 네 감독의 시선은 공부, 진로, 출산, 다문화가정 등 지금 대한민국 청소년이 겪고있는 고단한 일상에 제각기 가서 꽂혔다.

 

방은진 감독의 <진주는 공부중> 은 전교 꼴지를 하고도 당당한 '마진주'와 전교 1등을 하고도 표정관리를 해야하는 '박진주' 이야기.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비판이 뮤지컬 형식으로 발랄하게 담겼다. 전계수 감독의 <유앤미> 는 어른들에 의해 미래가 결정된 아이들이 갖는 불안감이 우울하게 그려졌다. 이성이 마비된 삶은 슬픈 혼돈이다.

 

늘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던 이현승 감독의 <릴레이> 는 청소년 비혼모의 학습권을 주제로 삼았다. 자칫 딱딱해지거나 계도적인 영화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소동극 형식으로 경쾌하게 보여준다. 윤성호 감독의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 는 '예비 88만원 세대들'에 대한 날 것의 몽타쥬.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아이들의 산만한 수다는 이해할 수 없지만, 또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재 모습이다.

 

김태용 감독의 <달리는 차은> 은 필리핀에서 온 새엄마를 부끄러워 하는 육상소녀 '차은'의 이야기다. 전주, 부안, 익산, 군산 등 전북에서 촬영됐다. 주인공 '차은'을 비롯해 '차은'의 가족들 모두 비전문배우. 담백한 연기가 현실감을 더한다.

 

감독들은 이 시대 1318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했지만 정작 봐야할 사람들은 청소년들의 숨통을 막고 있는 이 사회. 전주영화제가 청소년들을 향해 말한다. 엉망진창인 듯한 지금 모습이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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