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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대출, 대기업 '왕창' 中企 '찔끔'

회사채.CP발행 막혀 대기업도 은행에 'SOS'

정부의 각종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대책에도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

 

경기둔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중기대출을 늘리면 부실자산이 늘어나 재무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꺼리고 있다.

 

 

대신에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을 상대로는 적극적으로 대출영업에 나서 중기와 대기업간 대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 전방위 압박에도 은행들 `꿋꿋'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은행권의 중기대출은 2조6천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권의 중기대출 증가액은 지난 4월 7조 4천억 원에서 5월 5조 8천억 원으로 줄어든 뒤 6월과 7월에도 5조∼6조 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8월 1조 8천억 원으로 급감한 뒤 9월에도 1조 9천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지난달 중기 자금난을 덜어주고자 은행들로 하여금 중소기업을 4개 등급으로 나눠 차등 지원토록 하고 은행 경영실태 평가 때 중기 지원 실적에 대한 평가 비중 등을 높이겠다며 은행을 압박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3일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기존의 6조5천억원에서 9조 원으로 2조 5천억 원 증액했다.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총액한도를 정해놓고 은행별로 중소기업 지원 실적에 연계해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배정해 주는 것으로 현재 연 3.25%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 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은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중소기업 대출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각종 조치에도 은행들은 중기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둔화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기대출을 늘리면 결국 은행의 재무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게 뻔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특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대출, 보증 등 위험이 있는 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쌓아놓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로, 현재 감독당국이 정한 의무 비율은 8% 선이지만 통상 10%를 넘어야 우량은행으로 평가된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국민은행의 BIS 비율이 9.76%로 2분기의 12.45%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신한은행도 12.50%에서 11.90%로 주저앉는 등 BSI 비율이 하락하자 비상이 걸렸다.

 

BIS 비율이 8% 밑으로 하락하면 감독당국으로부터 부실여신에 대한 강제상각이나 외화자산 매각, 신규 여신 제한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은행의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전날 새 BIS 비율 협약인 `바젤Ⅱ' 의무 도입 시기를 내년 1월에서 1년 연기하기로 한 것도 은행들의 이런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바젤Ⅱ가 의무화하면 기업의 신용도에 따른 위험가중치가 부과돼 중기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은행들은 이번 조치로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분위기지만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여전히 중기대출을 과거처럼 적극 늘리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 CP금리 7년래 최고..대기업도 은행에 'SOS'

 

은행들은 지난달 대기업 대출을 5조원 가량 늘렸다. 이는 2001년 한은의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달 중기대출 증가액 보다는 2배가량 많은 수치다.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지난 6월 1조4천억 원에 불과했으나 8월 2조1천억원, 9월 3조2천억원 등으로 늘고 있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회사채 발행 금리가 급등하자 은행 쪽으로 발길을 돌린 것.

 

실제로 지난 9월부터 신용도가 높은 우량기업도 회사채 발행을 하지 못해 2~3개월 만기의 CP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CP 발행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CP금리는 5일 기준 7.26%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순 발행액의 경우 8월 1조2천억원에서 9월에는 4천억원 감소로 돌아섰으며 10월에는 발행 물량이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만기도래분이 감소하면서 6천억 원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역시 국내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0월에는 9월과 비슷한 2천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들은 회사채나 CP를 발행해 자금을 자체 조달해 왔으나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을 통해 운전자금을 미리 확보한 것 같다"며 "일부 기업이 인수합병(M&A)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1조원 가량을 빌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들이 중기보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에 대출 문호를 넓히면서 대출이 급증한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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