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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한국박물관 100주년을 앞두고 - 이원복

이원복(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나라별 박물관의 숫자는 문화의 척도이다.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한국박물관협회 등록된 우리나라 박물관 수는 국립(27), 공립(232), 사립(182), 대학(78) 등 모두 519처에 이른다. 사립(68)과 대학(30) 등 미등록 박물관이 98처이니 총계는 617처이며 1천에 이를 날이 멀지 않았다. 지난 11월 3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한국 박물관 100주년 선포식'이 있었다. 1908년 창경궁 내 제실박물관이 설립되어 그 이듬해인 1909년 11월 1일 비로소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내년은 근대적 의미의 한국박물관 건립 100주년이 된다. 기념사업으로 기념식, 국제 포럼, 국제학술대회, 특별전, 축전, 백년사 발간, 기증?기부 운동 등 각종 행사가 기획중이다. 중국 또한 2012년 그들 박물관 1백주년을 맞아 우리 것을 벤치마킹 해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을 능가하는 대규모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선 우리나라 박물관의 100년 역사 관련 유물과 자료를 전시할 뿐 아니라 각 박물관, 미술관 단체 및 지역박물관 협회별 전시도 기획중이다. 아울러 금년도 대성황을 이룬 페르샤에 이어 내년 봄엔 이집트, 겨울엔 페루 잉카 문명전 등 대규모 국제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내년은 유교와 불교를 공유한 같은 한자문화권에서 중국과 구별되는 한국화(韓國畵), 우리 그림의 독자성과 특징 어엿함을 이룩한 '한국의 그림 성인[畵聖]' 정선(鄭敾,1776-1759)의 탄생 333주년에 타계 250주년을 맞아 그동안 정선을 비롯해 그가 이룩한 진경산수(眞景山水)에 대한 학계의 연구 성과를 망라한 기획전이 추진 중에 있다. 국립전주박물관도 내년엔 이 지역 박물관연합전이 열릴 것이다. 특히 한국도자사를 전공한 관장이 지난 10월 31일로 새로 취임해 조선 종실미술과 더불어 부안 유천리 청자 등 미술실 특화사업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다.

 

단풍이 절정(絶頂)을 지나 바야흐로 끝자락에 이른 저무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지난 금요일은 서울 전시에 이어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고(11.12-11.19) 있는 '섬진강, 아침 고요'전을 찾았다. 화력 30년을 넘긴 송만규 화백의 눈으로 섬진강을 산책하면서 섬진강은 그를 읊은 시인 김용택에 이어 비로소 화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이면 소설(小雪)이니 겨울로 접어든다. 곱게 물든 채 바람에 무더기로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는 마음은 짠하기만 하다. 그래도 낙엽으로 최후를 마감하는 그들은 새 잎이 눈뜰 무렵 시샘 추위와 한여름 소나기와 뙤약볕을 묵묵히 잘 견디며 최선을 다한, 존재의 매 순간을 헛되데 보내지 않은 것 아닌가. 우리 민족의 각별한 미적 정서와 풍부한 감수성은 다름 아닌 이들 사계(四季)를 소유한 데 힘입은 바 크다 하겠다. 국립전주박물관 뜰의 설송(雪松)과 설죽(雪竹), 금산사 가는 긴 벚꽃 터널, 덕진 공원의 연꽃, 지평선 보이는 김제의 황금벌판과 살살이 꽃 등이 주마등처럼 눈에 아른거린다.

 

빛고을 4년 7개월, 온고을 근 1년 10개월 여 등 6년 반 남도 생활을 접고 시월의 마지막 날 새벽 전주와 작별을 해야 했다.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서울로 향했다. 본 지면을 빌려 공직, 학계, 예술계, 언론계 등 국립전주박물관에 애정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그간 분에 넘친 애정과 보살핌, 격려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따사로운 남도의 자연과 사람들, 풍광과 인심은 그야말로 쉽게 지울 수 없는 축복이었다. 전라북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이원복(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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