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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주시립예술단 뮤지컬 '러브 앤 게이트'

작품 완성도 떨어져…주인공 객원 캐스팅 아쉬움 남아

지난 주말 공연된 전주시립예술단 연합공연 뮤지컬 '러브 앤 게이트' (desk@jjan.kr)

예쁜 포장지에 쌓여있던 과자 종합선물세트. 그러나 과자 상자의 리본을 풀 때의 설레임은 잠시. 막상 상자를 열고나면 맛이 없거나 잘 팔리지 않는 과자들이 몇 개씩 들어있어 한껏 부푼 마음을 실망스럽게 만들곤 한다.

 

전주시립예술단이 연합공연을 만든다고 했을 때의 반가움과 기대감, 그리고 막상 무대를 보고 나서 느끼게 되는 아쉬움과 실망감. 전주시립예술단 연합공연 뮤지컬 '러브 앤 게이트'(5일과 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는 어린 시절 받아보았던 과자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았다.

 

특히 '러브 앤 게이트'를 전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주시의 의지를 떠올린다면, 꽤 많은 시간의 보완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 '러브 앤 게이트'는 과자 종합선물세트라고 쓰여져 있는 상자를 건네면서 혹시 과자가 들어있지 않거나 종합이 아닌, 몇 개의 과자만 들어있어도 실망하지 말라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지난달 제작발표회를 열고, 역사적으로 정확한 고증이나 시기를 제시하기 보다는 비현실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애정을 되새겨 보자며 만든 작품에 분명한 역사적 고증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칫 지역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나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실제로 시점이 전환되면서 전개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객석의 이해도는 떨어졌다.

 

4개 예술단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2시간 내내 교향악단이 연주를 쉬지 않고 극단이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합창단이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동안, 국악단은 쉬는 시간이 많았다. 독립된 공연형태이긴 했지만, 국악단이 짧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연합공연에서 각 단의 비중이 고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주인공 '한결'과 '혜람'을 객원으로 쓴 것 역시 짚어봐야 한다. '뮤지컬'이란 장르를 택한 이상 노래와 연기에 있어 일정한 수준을 갖추고 있어야 하겠지만, 시립예술단의 역량을 모아낸 연합공연이라면 부족하더라도 주인공만큼은 내부에서 소화했어야 할 것이다.

 

'풍남문의 증발'이란 발상은 독특했지만 갈등구조나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상투적이었으며, 현대무용이나 비보이의 등장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과하다는 느낌.

 

그러나 '러브 앤 게이트'는 분명, 이 모든 아쉬움들을 뒤로 할 수 있을 만큼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시립예술단의 반세기 가까운 역사 동안 연합공연은 2002년 월드컵 기념공연(국악단·합창단·극단 연합) 때 단 한번 뿐. 어떠한 행사나 계기 없이 스스로 연합공연을 마련했다는 것은 시립예술단의 발전적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역량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평소 비좁고 낡은 연습실에서 많은 시간 부대꼈을 예술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러브 앤 게이트'를 관람한 관객은 3700여명. 이 중 80%가 유료관객이었다니, 기꺼이 지갑을 열었을 전주 시민들을 생각한다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는 더욱 분명해 진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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