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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축구 명문 한별고·삼례여중 선수들

도내 대학 女 팀 없어 타시도 100% 진학

최근 여자 축구 명문으로 떠오른 완주군 삼례읍의 한별고와 삼례여중.

 

한별고는 지난해 전국체전 여고부 우승 팀이고, 삼례여중은 올해 소년체전 여중부 준우승을 차지했다.

 

두 학교 선수들은 맨땅에서 공을 차며 기적을 이뤄냈지만, 대회 이후에도 척박한 환경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도내에 대학 팀이 없어 우수 선수들은 타 시·도에 뺏기고 있다. 대회 당시 '장하다'며 호들갑을 떨던 도교육청과 도체육회, 완주군 등은 요사이 잠잠하다.

 

한별고(교장 이건희)는 지난 체전 우승 뒤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하지만 애초 터가 좁아 여전히 정식 구장 규격의 반도 안 된다. 이곳에서는 체력 훈련과 기본기 훈련만 하고, 실전 훈련은 남자 축구부가 있는 완주중과 신태인중, 전주 해성중 등에서 한다.

 

고산생활체육공원이나 완주산업단지 내 일반 축구장을 빌릴 때는 2시간당 2만 원을 내야 하는데, 그마저도 몇 주 전에 예약해야 원하는 날짜에 쓸 수 있다. 축구 선수들이 축구장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별고 송병수 감독(36)은 "우승할 때는 후원해 준다고 했지만, 여전히 운동 한 번 하려면 다른 학교를 전전해야 하는 등 달라진 게 없다"며 "아는 팀들이 많아 이쪽으로 불러 같이 훈련을 하고 싶어도 축구장이 없다"고 말했다.

 

삼례여중(교장 정태정)은 더 열악하다. 운동장이 여전히 맨땅인데다 이 학교 선수들은 한별고 '언니들'이 다른 학교에서 훈련할 때, 한별고 축구장을 빌려 쓴다. 삼례여중 김수철 감독(50)은 아직도 코치가 없어 선수 스카우트부터 버스 운전, 숙소 사감까지 혼자 '1인 다역'을 맡고 있다.

 

김 감독은 도내 대학에 여자 축구부가 창단되지 않는 한 도내 여자 축구 발전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올해 한별고 졸업생 7명은 대구 영진전문대(3명), 경기 여주대(2명), 포항 위덕대(1명), 대전 대덕대(1명) 등 모두 타 시·도로 진학했다. 지난 체전 우승 당시 혼자 네 골을 기록한 이루비 등 올해 졸업반 5명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예정이다.

 

김 감독은 "실컷 고생해 기른 선수들을 다른 데 뺏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지난해 도내 모 대학에서 여자 축구부를 만든다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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