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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 담수 10년, 빛과 그림자] ⑤실향민들 어떻게 살고있나

수몰민끼리 해마다 망향제 지내며 그리움 달래…고향 인근 마을서 논·밭농사 지으며 터 잡고 살아

용담댐 수몰 뒤 60여가구가 이주해 온 보한마을. 10년 전 지은 집들이 마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desk@jjan.kr)

"처음엔 자주 가봤지만 세월 흐르니까 차츰 잊혀지네요. 그래도 물 빠지면 이따금씩 들르곤 해요. 옛날 우리 집터며 중학교 자리가 눈에 들어오죠. 옛 고향생각이 간절하게 나면 그렇게들 마음을 달래는 거죠."

 

진안군 안천면 노성리 보한마을은 용담댐 수몰로 인한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전체 72가구 중 수몰 이주민이 63가구. 열 중 여덟 가까이가 수몰 이주민이다. 시골마을 답지 않게 집들도 번듯하다. 대부분 10년 전 새로 지은 집이다.

 

망향탑 옆에는 수몰지역에서 가져 온 비석들이 늘어서 있다. (desk@jjan.kr)

 

"수몰된다고 보상할 때 다툼도 많았지. 많이 받은 사람도 있고 적게 받은 사람도 있어 동네 사람들 간에 갈등도 컸어. 그래도 이제는 다 옛일이지. 수몰민들 사는 마을이라고 정부하고, 군이 투자 좀 하니까 마을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여."

 

이 마을 이장 정석진씨(66)는 안천면 노성리 상보마을에서 평생을 살다 10년 전 다른 주민들과 함께 이곳에 터를 잡았다.

 

"보상받고 자식들한테 간다고 서울, 대전 올라간 사람들이 꽤 있는데 80~90%는 다 망했어. 참 그때는 효자도 많았는데 말이야. 그나마 고향 옆 농촌에 터를 잡은 사람들은 집이라도 하나 있고 논, 밭뙈기 있어서 먹고사는 걱정은 덜었지."

 

진안 안천면 수몰민들이 일년에 한 차례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모이는 망향탑. (desk@jjan.kr)

제2의 고향이 된 보한마을과 원래 고향이었던 상보마을은 1km가 채 못 된다.

 

"저기 마을에서 제일 높은 망향의 동산에 가면 예전 우리 집 자리가 보여."

 

보한마을 구석에는 망향의 동산과 망향의 탑이 있다. 동산 내에는 수몰지역에서 옮겨 온 비석과 고인돌이 놓여 있다. 해마다 한 차례 안천면 수몰지구에 살았던 사람들은 망향동산에 모여 망향제를 지낸다. 지금은 물에 잠겼지만 선조 대부터 살아오던 삶터. 시간이 지날수록 망향제를 찾는 사람들은 줄고 있지만 마지막 한 명의 수몰민이 살아있을 때까지 망향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3월초에 열린 망향제에도 100여명의 수몰민들이 찾아 와 망향의 한을 달랬다. 그리고 수십년간 이웃해 살다 10년간 떨어져 살게 된 이들이 지난 한 해 동안의 안부를 묻고, 10년 전의 삶에 대한 추억을 나눈다.

 

용담댐 수몰지역이 포함된 안천면, 상전면, 정천면, 주천면에는 면에 한 개씩 망향탑이 있어 시기는 다르지만 각기 1년에 한 차례씩 진안군의 지원을 받아 망향제를 지낸다.

 

수몰지역인 안천면 노성리가 고향인 한금종씨(66)도 보한마을에 터를 잡은 지 10년째다. 한씨는 유독 수몰로 사라진 학교에 대한 애착이 크다.

 

"안천 초·중·고등학교가 물에 잠겨 다 사라졌어요. 지금도 자리를 옮겨 안천 초·중·고교가 한 자리에 있지만 예전 어렸을 때 뛰놀던 운동장이랑, 교실이랑,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크죠."

 

아쉬움에 한숨을 짓던 한씨는 안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동문 중 유명인사가 제법 많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한승헌 변호사, 배성수 전 전북경찰청장,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허재안 경기도의회 의장 등 훌륭한 인물이 이루 셀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마을은 사라졌어도 그리움이나 추억은 여전히 가슴에 남네요. 우리 자녀들은 이제 쳐다도 보지 않는 옛 고향이지만 거기서 반평생 이상을 산 우리들에게는 여전히 고향이지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한씨는 말했다.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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