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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인촌 우듬지의 '오래전 愛', 재미·감동 물씬

잘짜여진 연극 한편…재치있는 입담·중견배우 노련한 연기 일품

싱글맘 우경역을 맡은 홍정은씨(오른쪽)와 아버지로 변한 중견배우 정찬호씨. (desk@jjan.kr)

23일 오후 8시. 기자는 연극이 시작된 지 30분 후에야 입장했다. 극단 재인촌 우듬지 소극장은 정시 입장만 허락되는 곳. '무릎 꿇고 빌어서(?) 받는 기사가 최고'라는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너무, 너무, 너무 바빠서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재인촌 우듬지의 '오래전 愛'는 '제18회 전북 소극장 연극제'의 개막작이나 마찬가지다. 우듬지 최초이자 최후의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터라 기대가 됐다. 그간 우듬지는 진중하거나 심오한 혹은 으스스한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온 터였다.

 

관객은 기자를 포함해 5명에 불과했다. 기자는 커플들을 뒤로 하고 객석에 앉았다. 마침 싱글맘 우경(홍정은 역)이 그의 옛 연인이자 아이의 아빠인 경준(서영훈 역)과 재회하는 장면이 시작됐다. 우경이 유치원에 다니는 4살 아들을 처음으로 캠프 보낸 날. 허전함과 두려움으로 초라하게 혼자 울던 우경에게 경준이 나타난다. 사소한 오해로 갑작스레 이별했지만, 이들은 서로를 오래토록 그리워했다. 경준은 우경이 왜 자신을 버렸는지, 우경은 경준이 왜 자신을 부담스러워했는지 묻는다. "당신을 사랑한 순간부터 당신의 문제는 내 문제가 돼버렸다."는 우경의 외침은 가식없는 사랑의 단면이다.

 

아버지(정찬호 역)는 우경이 씩씩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버팀목이다. "자식이 어떤 모습이든, 어떤 일을 했든, 자식은 자식이고, 부모는 부모다."는 그의 대사가 뜨겁게 다가온다.

 

정찬호씨는 40대 중견 배우 답게 때로 불안정한 홍정은씨의 감정선을 잘 조절해줬다.'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이들에겐 다소 심심할 법도 했지만, 막내린 후 연출가 김영오씨가 관객들에게 건넨 재치있는 입담은 이를 상쇄시켰다.

 

"내가 오십 가까이 되니까, 좀 묵직한 사랑 얘기를 쓰고 싶어졌어요. 저기 수염난 아저씨가 내 남편이에요. 연극하다 만나 19년째 아들 둘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린 다음 생애에서도 만나기로 했어요. 지금 사는 이 남자가 '젤'이야. 그 '놈' 꽉 물고, 끝까지 가요.(웃음)"

 

다면체적인 인간을 다룬 연극의 묘미를 느끼고자 한다면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 때문에 눈물 흘린 관객도 꽤 된다. 작품과 교감한 이들도 많다는 뜻이다. ('전북 소극장 연극제'의 공연으로는 23일까지지만, 재인촌 우듬지 소극장 자체 공연으로는 12월2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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