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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피어난 자연의 생명력

서양화가 이정웅 개인전, 서울·전주서 열려

서양화가 이정웅씨(44·전주대 객원교수)가 작업실에 박혀 두문불출한 지 1년이 넘었다. 간간히 술 친구 전화가 와도 "좀 기다려봐"라고만 할 뿐이었다. 지난주 그가 도록을 들고 얼굴을 내밀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이 환했다. 작업이 만족스러운듯 보였다.

 

 

전주대 작업실을 찾으니, 자르고 분쇄된 수많은 책의 잔해가 이곳 저곳에 널려 있었다. 서양화지만 동양의 전통적 문인화의 느낌을 가진 화면. 책으로 표현한 자연의 이미지가 작업실을 메우고 있었다. 지난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 이어 이번주 갤러리 공유에서 '영원한 생명의 詩'를 이어간다.

 

그는 캔버스에 붓으로 밑그림을 그린 뒤 종이와 책을 오려 붙여 다양한 생명의 표정을 만들었다.

 

"'못난' 주인을 만나서 곰팡이 냄새 풍기던 책들이었는데, 이제 좋은 주인을 만나 다행입니다. 오래된 책에는 오래된 생명력이 담겨 있습니다. 책의 단면을 잘라내는 순간 불구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나무와 꽃과 풀에 생명력을 불어넣게 되는 거죠. "

 

책의 단면을 붙인 뒤 종이죽을 부착해 채워나간 작품도 여럿 된다. 아크릴과 회벽 마감재 핸디코트를 섞어 칠하거나 색모래와 모래를 혼합해 독특한 질감을 연출했다.

 

'영원한 생명의 詩 - 소나무'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그는 소나무의 줄기와 잎을 표현하기 위해 몇 개월을 꼬박 매달렸다. 오랜 세월 끄떡 않고 몸에 긴 칼자국 같은 상처를 새긴 채 서있던 소나무는 사람과 나무가 서로 보살피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침묵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작품에는 새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한 쌍의 새들은 작가와 책과 관감객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다. 고요하면서도 활기찬 생명력이 엿보인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씨는 그의 작품을 두고 "부드럽게, 강하게 뻗어나가는 선, 파스텔톤의 잔잔한 색상, 책의 결로 인해 더듬고 싶은 촉각성 등이 잘 표현돼 흥미롭고 신선하다"고 평가했다.

 

전주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현재 SALE, QUARTER, 투사와포착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이정웅 개인전 = 7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9~22일까지 전주 갤러리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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