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는 사진가 국장호씨, 11~16일 전북사진작가협회 초대전
알베르 카뮈가 알제리에서 유년기를 보내지 않았다면 소설 「이방인」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해변의 태양이 눈부셔서 살인을 했다고 말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이 소설의 질료가 된 셈이다. 사진가 월량 국장호씨(70)도 1990년 백두산을 가지 않았더라면, 산(山) 사진 찍을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신비하고 외경스러운 산에 자석처럼 끌렸다고 했다.
"이 지구상에 이렇게 신비스러운 곳이 있나 싶었습니다. 백두산 안 봤으면 편하게 살 것인데, 잘못 갔어요.(웃음) 그때 '홀딱' 반해서 백두산을 18번 정도 간 것 같아요. 가지 않으면 꿈에서 어른어른 대 미쳐요."
10년간 한 달에 한 번 출사를 갔다. 사진에 대한 욕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 백두산, 한라산, 무등산, 지리산 등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이 없어지면서, 그의 시선은 확장됐다. 가로 6㎝ X 세로 12㎝ 필름 카메라 린호프는 그의 손때가 묻어 닳고 남루해졌다.
"백두산은 젖줄 같은 명산이라 좋고, 덕유산은 오르기가 편해 좋아요. 대둔산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죠. 대둔산을 '호남의 금강'이라고 하는데, 나는 우리나라의 금강 같아요."
그의 말대로 좋은 산이란 산은 다 간 것 같다. 간다고 해서 사진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끈질기게 다녔다. '미치지 않으면 경지에 오를 수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의 사진은 대담하고 간결하다. 강한 선들은 보는 이의 심장을 두드린다.
"산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하는 지 몰라. 이 양반 같은 집념이 아니면 못 찍지." 사진가 김학수씨는 그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산을 찍는 사진가는 특별한 산악인이다. 일기예보 점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에 오르는 이들은 가장 먼저 꼭대기에 올라 셔터를 누를 준비를 해야 한다. 일출과 일몰 전·후, 빛과 기후의 변화가 있고, 대기가 깨끗한 가을·겨울이 가장 좋다. 거대한 눈으로 덮인 산은 경외감 그 자체. 그는 "해외 등반을 해봐도 우리나라처럼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없다"며 "사진가이기도 하지만 등반인이기도 하다"고 했다.
장비는 산악인들 것보다 더 무겁다. 등반 장비에는 무거운 카메라가 있어 30㎏ 이상 족히 나간다. 하지만 아무리 무거워도 짐을 맡기지 않는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산사람의 흔적이 보인다.
"백두산을 갈 때마다 수만리 타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통한입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이뤄져야 할 텐데요. 백두산에 갈 때마다 조국 분단의 아픔을 씻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고희를 맞아 지난 20년간 전국의 산을 누빈 산 사진 30여 점을 전시한다. 사진집 「한라 백두산」도 출간했다.
"전시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막상 추려 보니까, 사진이 몇 점 안됩니다. 하지만 사진의 백미는 대형으로 인화해 감상할 때 웅장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
1000m 이상의 높고 준엄한 산의 장엄함이 그곳에 있다.
△ 전북사진작가협회 초대전 한라 백두산 국장호 사진전 = 11~16일 전북예술회관 1층 1실. 개막식은 11일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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