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인 묘사보다 '나' 라는 특징을 '화폭에'
내가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본격적으로 그린 것은 전주서신갤러리가 자화상전을 시작할 무렵이다. 처음엔 안 하려고 했다가 코가 꿰어서 한 번을 제외하고 거의 냈던 것 같다.
자화상은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린다고 하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자화상은 본인이 자신의 정확한 특징을 나름대로 간추려서 표현하는 게 아닌가. 나는 사진을 보고 자화상을 그리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 있는 나를 끄집어 낸다. 자화상에서 사실적인 묘사 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특징을 변형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나의 자화상은 그리기가 편하다. 명암을 넣지 않고 선만으로도 대략적인 것을 표현한다. 얼굴에 살이 없어 '세모지게' 그려 놓으면 더 손댈 게 없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젖살이 있었는데, 성장하면서 그마저도 다 빠졌다. 나는 아무리 잘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나 형들도 거의 비슷하게 살집이 없었다.
나는 동문거리 일대에 있는 술집'새벽강'에 자주 들락거린다. 친구들과 거기서 한 잔 걸치고 오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가면 내 자화상이 한 점 걸려 있다. 추운 겨울에 그렸는 데 자주 보다 보니까 맘에 든다. 하지만 기자가 어둡게 그려졌다고 해서 2006년도 작품을 내놓게 됐다.
/ 서양화가 박민평
▲ 서양화가 박민평씨는 서라벌예술대와 전주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열네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전라미술상, 전주시 예술상 미술부문을 수상했으며, 전북미술대전 운영위원·심사위원, 전주대 예체능 대학 미술학과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