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미자 한지 세간살이, 23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한지공예가 김혜미자씨(69)가 박물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한지 색실상자와 실첩을 재현해냈다. 옛날 양반집 규수와 아낙네들이 겹겹이 종이를 접어 색실을 넣고 바느질 도구 등을 보관했던 색실상자는 박물관에 남아있는 유물 중 유일한 종이 접기 작품이자 여인들의 삶이 잘 녹아있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은 이런 작업 안하려고 하잖아요. 온양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한지박물관 등을 다니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장고 유물과 씨름하면서 본을 뜨고 옮겨내느라 정말 혼이 났습니다."
색실상자와 실첩 재현은 색지 선택부터 문양을 새기고 배접하는 정밀한 과정. 그는 한지 세간살이'색실상자와 실첩'전을 준비하면서 한지공예품을 창작할 때 보다 신경이 더 많이 쓰였다고 했다.
"내 맘대로 변형할 수가 없잖아요. 사진을 찍고 아무리 메모를 해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 죽을 맛이죠. 색실상자를 보고 작업실에 곧장 와서 만들면 되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감이 안오는 거에요. 그러면 다시 달려가 유물을 꺼내 달라고 해서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전통 염색한 순수 쓰임새 많은 수납장으로 활용한 색실상자를 비롯해 한지를 2000장 겹쳐 만든 국새 요석 등이 전시된다.
그는 애초에 똑같이 재현한 작품은 박물관에 기증하고, 문양과 색감을 달리한 창작품을 전시하려고 했지만 시간 여유가 없어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어느 개인전보다 내가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큰 게 사실"이라며 "열리고 닫히면서 채워졌던 주인들의 보물창고를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에도 새로운 희망으로 채워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김혜미자 한지 세간살이'색실상자와 실첩' = 4~23일 국립전주박물관. 개막식은 4일 낮 12시30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