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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화상] ⑩서양화가 김충순

내가 이렇게 생겼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생뚱맞은 작가' '털보 화가' '미나리 미술가' ….

 

나는 '솔찬히' 별명이 많다.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별명은 직접 지은 '미나리 미술가'. 내가 매일 작업하고 있는 미나리 갤러리는 물이 차오른 논에서 막 건져올린 듯한 풋풋한 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방정맞고 까분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방정맞다는 게 특별한 예술적 표현 같다. 본래 근엄한 것을 싫어하고 코믹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 좋다. 작품명은 '내가 이렇게 생겼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로 붙였다. 나의 희망사항이 100% 담긴 꽃미남이다. 어떤 기자는 이 작품을 보고 짙은 눈썹에 잘생긴 코, 숱이 많은 머리칼과 콧수염만 보면 '짐승남(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을 가진 젊은이들의 우상)'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풍성한 속눈썹에 선한 눈매, 화려한 꽃무늬 셔츠를 자연스레 소화하는 '초식남(남성다움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취미활동에 적극적이나 연애에는 소극적인 남성)'의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나를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는 좀 통통하고 털이 많지만 나름 섬세하고 눈물도 많다.

 

철없던 젊은 날에는 그룹전도 많이 했지만, 남들이 차려놓은 무대에 나가 빽댄서 노릇이 하기 싫어 11년 전부터는 개인전만 해왔다. 지금까지 한우물을 판 건 의지가 대단해서가 아니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하던 짓만 했더니 평생 나의 일이 됐다. 다가오는 봄에 화들짝 재미있는 사건도 없다면, 또 느닷없이 전시를 열 지도 모르겠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저 좋다.

 

▲ 서양화가 김충순씨는 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조형미술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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