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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문화, 젊은 스타일] ⑧'완창 판소리·동초제 심청가' 앞둔 장문희 명창

"판소리 대중화, 진중한 우리소리 이어갈 터"

장문희 명창(34·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은 기자와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역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장원자로, 또 한번은 그의 스승인 이일주 명창과의 만남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정말 숫기가 없었다. 스스로도 무대에 서면 늘 조심스럽고 긴장을 많이 해 청중과 교감하는 게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부르는 춘향가의 '오리정 이별 대목'이나 적벽가의 '새타령'은 관객들의 눈물·콧물을 쏙 빼놓기로 유명하다.

 

'완창 판소리 - 장문희의 동초제 심청가(30일 오후 3시 서울 국립극장)'가 올려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조심스러워했지만, 그는 많이 웃었다. 비로소 여유가 느껴졌다.

 

동초제는 김연수 명창이 새롭게 구성한 창극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소리로 정교한 너름새가 특징. 이일주 명창의 계보를 잇는 그는 이번에 효녀 심청의 애절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이모를 엄마로 생각하며 살라'면서 소리 공부를 권유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살 때부터 친이모인 이일주 명창과 함께 전주에서 생활했다. 자식이 큰 소리꾼으로 대성하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이면 갈피갈피에 숨겨진 심봉사의 마음이 점점 더 이해가 된다"고 했다. 삶이 익어야 소리도 농익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는 갖고 있는 성음이 워낙 좋은 데다 오랜 공력이 있고서야 가능한 이면까지도 술술 그려내는 빼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일찌감치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었다. '제30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당시 스물아홉의 나이로 심사위원 전원 (사실상) 만점을 받은 것은 역대 최고의 화제다.

 

"바로 전 해에는 삼촌(=송재영 명창)이 장원을 했잖아요. 누구도 제가 될 거라곤 예상 못했죠. 동초제가 연달아 상을 탈 리 없으니까요. 이모도 "너 나가지마. 니가 나가서 뭐해." 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상을 꼭 타겠다는 게 아니라,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예선에서 '춘향가'의 '천지삼겨', 본선에서 '춘향가' 의 '오리정 이별 대목'을 뽑았다. 평소 자신있어 하는 대목이었다. 무대를 내려오자 한 심사위원이 "네 이모는 지금 돌아가셔도 한이 없겠다"고 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기운이 자신에게 집중된다는 게 어떤 건 지 실감하게 됐다. '물색 모르고 덤빌까봐' 상을 받을 때 마다 '아직 멀었다'며 소리 자랑 하지 말라던 이일주 명창은 대사습 장원을 두고 "못해도 두세 번은 떨어져봐야 허는디 암만 생각해도 너무 빨리 돼버렸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정말 너무 큰 상을 일찍 주셔서 한참동안 버거워했어요. 상을 받고 나니 까 오히려 무대가 부담스러워졌거든요. '1등 하고 나더니 놀았구나'란 말은 듣기 싫고, 늘 더 좋은 무대를 보여야 한다는 중압감은 크고."

 

우석대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다시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그렇게 엄하게 가르치는 이모 옆에서 20년 넘게 소리를 익히면서도 "소릿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고 했다.

 

"이모님 밑에 있으니까 '넌 뭘해도 할꺼다' 란 이야기를 참 많이 듣고 자랐어요. 목을 타고 났다는 말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어요. 아직도 무대에 서려면 항상 이모님께 가서 공부를 해야만 마음이 놓여요. 제 소리를 가장 냉철히, 정확하게 평가해 주시는 분이에요."

 

이 젊은 명창은 우리 소리의 진중함에 대한 이해가 있는 무대를 꿈꾼다.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전통 판소리를 제대로 익힐 때 새로운 변주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쁘게'만 소리 내는 것은 한계가 많아요. 가성을 쓰지 않고 본인이 얻을 수 있는 상청을 최대한 끌어내야 깊은 소리가 나오죠. 아직 제 소리에 만족해 본 적이 없어서 외도를 하고 싶진 않네요. (웃음) "

 

세상 잡음을 걷어내는 참 소리는 우주를 한 번 들었다 놓을 정도의 깊이와 맞먹는다. "로또가 돼도 소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다짐이 남다르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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