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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문화, 젊은 스타일] ⑨'하버드 졸업생' 고봉인 첼리스트

"마음과 영혼을 전달하는 음악가로 남고싶어"

세 부류의 연주자가 있다. 첫번째는 국제 콩쿠르 입상, 스타 시스템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 아래 잘 나가는 이들이다. 첫번째 연주자처럼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번째도 있다. 세번째는 누가 뭐래도 좋아서 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단서가 붙는다. 청중들이 그의 연주를 원해야 한다. 여기서 첼리스트 고봉인(26)을 주목했다.

 

그를 따라다니는 화려한 수식어는 많다. '하버드대 생물학과 졸업생'이라는 음악 외적인 '간판'이다. 현재 미국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과에서 유방암을 연구하고 있다. 이같은 수식어가 때론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는 "하버드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연주와 연구 모두에서 최고의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도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하버드의 경험이 저를 더 나은 예술가로 나아가게 했다고 확신합니다. 훌륭하고 열정적인 친구들 사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세계에 눈을 뜰 수 있었죠. 음악가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영감이 그곳에서는 넘쳤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은 하버드의 자율적인 환경이 이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전념하게 해줬다는 사실입니다. 하버드에서 모든 분들은 저의 꿈을 진심으로 지지해 주셨고, 이 두 영역에 대한 저의 열정을 지켜봐 주셨습니다."

 

음악과 연구 둘 다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둘 다 절대적인 헌신과 희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는 "극도로 부담이 많은 직업을 선택할 때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타이밍"이라며 "이미 두 가지 열정의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어찌 보면 솔직하고, 또 어찌 보면 오만한 표현. 자신감이 없다면, 언감 생심 못할 말이다. 하지만 그는 거리낌이 없었다. 즐기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피아노를 공부한 어머니의 감수성을 물려 받아 첼로를 시작했다. 첼로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경향 이화 콩쿠르'에 출전해 1등을 차지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정명화 교수를 만나 사사해 '제3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청소년 콩쿠르'에서도 당당히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회의에 빠졌다. 비교 평가를 받는 대회를 위해 한 곡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게 싫었다. 그는 "콩쿠르 수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악 그 자체"라고 했다. "지금까지 비교적 짧은 연주 경력 속에서도 '나의 곡'(드보르작의 첼로 콘체르토)을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도 했다.

 

"맹렬한 열정과 장엄함이 담긴 이 곡은 저에게 항상 영감을 줍니다. 드보르작 2악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애도하는 그 심연을 표현하다 보면, 첼로를 통해 표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 확장되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스승이자 멘토인 정명화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강조한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는 말을 나침반으로 삼는다.

 

"저도 다른 마라톤 선수들처럼 결승선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일의 속도는 저의 궁극적인 목표와 두 분야에 대한 열정을 기반으로 제 방식대로 해나갈 것입니다. 그러기에 경쟁은 무의미하죠. 내 인생의 마라톤 페이스에서 독립적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 대학원생으로서 훈련을 받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음악과 연구를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요."

 

그는 첼리스트가 아닌 예술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연주자들은 누구나 악기를 기교적으로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지만, 진정한 예술가로, 마음과 영혼을 표현하는 전달자와 작가로서 기억되는 사람들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이다.

 

"전 제 연주를 듣는 관객들이 제 인생의 전경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예술가로서의 제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 음악 천재에게는 아직도 머나먼 여행이 남아 있다. 언젠가 자신의 삶을 음악에 온통 쏟아붓는 그 날이다. 그 날 그 시간, 그와 그의 연주를 듣는 이들이 함께 즐기는 것은 음악이면서 세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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