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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마술사들의 비밀을 아시나요"

"다들 추석에 TV에서 하는 마술쇼만 떠올리곤하잖아요. 저흰 기존에 하던 마술에서 탈출하고 싶었죠. 그래서 팀명도 이스케이프(ESCAPE)에요."노병욱(29.여), 조성진(26), 한설희(22), 이훈(20). 이들 국내 정상급 마술사 4인방이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이스케이프' 공연이 다음 달 2일 개막한다.

 

자신만의 비법을 베일 속에 가려둬야 하는 마술사들의 속성을 감안하면 이번 합동 공연은 극히 이례적이다.

 

더군다나 세계 대회를 휩쓴 실력파 마술사들이 굳이 서로 '비밀'을 공유하려는 사연은 뭘까.'이스케이프' 4총사를 지난 19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마술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건 맞아요.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거 같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관객들 잘못이 아닌데 싶었죠. 저희 마술사들 책임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부터 스스로 바꿔보자고 뭉쳤죠."(노병욱)실제로 이번 공연의 콘셉트는 '마술 비법 대공개'다.

 

트릭을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마술하는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마술사들이 처음에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무대를 구상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보여 드리는 거죠. 마술 해법을 설명해주는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건 알려주지 않아요.(웃음)" (한설희)마술쇼를 토막토막 보여주는 대신 극 형식을 띠도록 줄거리도 짰다.

 

"우리 자신의 얘기를 하려고 해요. 마술사들의 꿈과 노력, 눈물과 희망 같은 거요. 저 자신도 예전의 제 모습에서 탈출해보고 싶어요."(조성진)4인방 모두 2003년 즈음,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8년차가 됐지만 개개인의 숨겨진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노병욱은 리포터로 국내 최정상 마술사 이은결을 인터뷰하러 갔다가 그의 제안을 받고 마술계에 입문했고, 이훈은 2008년 16세의 나이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월드매직세미나에서 청소년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해 최연소 마술사로 주목받았다.

 

조성진은 "마술 때문에 마술을 못하게 됐던" 시기를 지나왔다.

 

고교생 시절 무대에 올라 선배 마술사를 보조하다가 폭약 오점화로 오른쪽 손가락을 절반 이상 잃은 것. "삶이 끝난 줄 알았어요. 가장 좋아하던 마술 때문에 마술을 못하게 되다니….마술과는 영영 안녕 하는구나 싶었죠. 하지만 가수 강원래 형, 외팔 격투기 선수 같은 분들을 만나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난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들더라고요. 전 장애를 빨리 받아들였습니다.

 

관객들께 이런 희망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조성진)'이스케이프'는 이은결이 길러낸 첫 번째 마술사 사단이기도 하다.

 

2009년 결성부터 이번 첫 공연까지 그는 4인방을 지도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이은결은 "한해에 2~3개 마술학과에서 수십 명의 마술사가 쏟아져 나오지만 설수 있는 무대는 적고, 공연 수준은 점점 떨어지고 있어 틀을 깬 마술, 새로운 마술을 보여 드려야 할 때라고 본다"며 "이번 무대에서는 마술 공연이 울타리를 벗어나 변화해가는 첫 순간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술 공연이 단순한 트릭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대해 이들 중 막내인 이훈이 가장 '노련한' 대답을 내놨다.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미래가 불투명해졌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나간 대회에서 뜻밖에도 우승을 차지했죠.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는 거 같아요. 관객들이 저희 공연을 보시면서 무엇보다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어요.(웃음)"'이스케이프' 무대는 이은결이 매직프로듀서 겸 연출, MC를 맡고 마술사 김민형은 MC 역을 나눠 맡아 지원 사격에 나선다.

 

다음 달 2일~10월 3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팝아트홀에서 공연하며 5만~7만원. ☎1588-0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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