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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난맥? 전략 선택? 부안 마실축제 보류 논란 배경은

전북 최대 관광지 자존심 구겨…"튼실한 축제위한 불가피한 결정" 옹호론도

부안 마실길. (desk@jjan.kr)

10월은 축제의 경연장이다. 양양 송이축제와 광주 7080충장축제가 막을 내렸고, 진주 남강유등축제와 수원 화성문화제가 열리는 등 이달 들어 전국을 대표하는 축제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굳이 다른 지역을 거론하지 않아도 도내지역에서도 김제 지평선축제와 순창 장류축제 등이 개최됐거나 개최를 앞두고 있다. 당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축제릴레이가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안에서는 축제가 없다. 당초 오는 28일 고고성을 터트릴 예정이었던 제1회 부안 마실축제가 내년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전북 최대의 관광지라는 자존심이 구겨질 법하다. 부안 마실축제의 개최보류는 단순하게 '축제의 보류'라기 보다는'부안군정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 마실축제 보류결정 후폭풍 거세

 

행정의 으뜸은 신뢰다. 그런 점에서 제1회 부안 마실축제의 올해 개최무산은 적지않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

 

부안지역에서'대표축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지않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새만금·외변산을 따라 위치한 해양자원·내변산의 산악자원 등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하는 관광자원을 보유한 부안군으로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고 지역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관광축제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제1회 부안마실축제 준비위원회의. (desk@jjan.kr)

 

이미 지역대표축제를 표방하며 첫발을 뗐던 지난 1999년 해넘이축제와 2005년 33바람부안축제가 정치적 격변 등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좌초하는 불운을 겪었던 만큼 부안군의 명품축제에 대한 갈증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에 따라 부안군은 올해초 한국관광공사에 대표축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지난 6월말 관광공사의 용역과제 보고를 통해 부안 마실축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뒤이어 양규태 위원장을 비롯한 지역내 각계각층 인사 45명으로 구성된 제전위가 출범했다. 제전위는 이달 28일부터 30일까지 부안 일원에서 첫번째 마실축제를 개최하기로 중지를 모으고, 단계별 추진일정과 마실축제TF팀을 구성하는 등 로드맵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전위는 지난달 21일 갑작스럽게 '마실축제 잠정보류'를 선언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해복구였다. 제전위 측은"현재 부안지역은 지난 8월초의 집중호우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동시에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일각에서'수마의 잔재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잔치를 벌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다는 점에서 잠정 연기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전위의'수해복구로 인한 축제연기'를 액면대로 믿는 지역민들은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마실축제가 미뤄진 실질적인 배경으로 예산부족과 촉박한 준비기간을 꼽고 있다. 올해 축제를 위해 부안군이 배정한 예산은 3억5000만원 가량으로, 이는 마실축제를 단숨에 명품축제로 자리매김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기획사가 축제의 기본 뼈대를 만드는 데에만 전체 예산의 8할에 해당되는 2억7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7월 발족한 제전위가 불과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명품축제를 내놓기에는 시간적·물리적으로 한계가 크다는 관측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마실축제 연기결정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지역민들이 적지않다. 특히 제전위의 준비부족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는다.

 

한 지역인사는"올해초'올해안으로 축제 개최'를 못 박고 마실축제 로드맵을 세웠으면서도 약속을 못 지킨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그동안 부안군이'아니면 말고'식의 행정을 수차례 보여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마실축제 연기는 결국 행정난맥상의 연장선상이 아니냐"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인사는"예산부족으로 인해 축제가 미뤄졌다면 축제준비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이라면서 "명색이 전북대표의 관광지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올해도 제대로 된 가을축제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제전위 고충 이해한다' 의견도

 

다른 한켠에서는 부안군과 제전위의 결정에 동의하는 지역민들도 없지 않다. 가뜩이나 얄팍한 군재정을 감안하면 축제예산을 내년으로 이월해 보다 튼실한 마실축제를 만들자는 것.

 

결국 마실축제 개최시기 연기에서 비롯된 논란은 내년 축제의 평가로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올해의 보류결정이'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축제에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면 부안군과 제전위에 대한 비난과 책임이 집중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마실축제 제전위는 주산스포츠파크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내년까지 현재 근무인력을 상주시키면서 축제준비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마실'의 의미는

 

마실은 사전적 의미로 '마을, 이웃에 놀러간다, 소풍간다'를 담고 있다. 특히 '마을과 마을의 교류, 이웃과 이웃의 화합, 가족간의 소통'이라는 인문학적 의미도 있다. '도시와 일상을 떠나고, 현실을 일탈해 오감으로 관광체험에 나선다'는 축제적인 의미도 숨겨져 있다. 마실축제는 '친구집·이웃집·고향집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부담없이 찾아가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동네 할머니처럼, 축제를 체험한다'는 의미다.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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