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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인을 위한 고언(苦言)

정치시즌이 본격화되고 있다. 잇달아 열리는 출판기념회가 정치의 계절이라는 걸 실감나게 만든다. 기성 정치권도 분주하고 예비 정치인들도 잰걸음이다. 내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관객들도 덩달아 바쁘다.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기성 정치권이 기대에 못 미치니 확 바꿔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어떻게 바꾸지? 하면 얼버무리기 일쑤다. 주자들은 많지만 딱히 ‘이 사람이다’ 할만한 입지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함량미달도 있다. 개나 걸이나 빠꾸 퇴까지 나선다면 선거판이 희화화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옹이 하나 없고 조금도 비뚤어지지 않은 나무를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모든 나무가 다 결이 좋은 것도 아니다. 얼핏 보아 나빠 보이는 나무도 나쁜 부분만 베어버리면 얼마든지 쓸모 있는 재목이 된다. 자사(子思)가 위나라 임금에게 인물을 천거하면서 한 말이다.

 

내년 4·11 총선은 정치신인들하테는 좋은 기회다. 야권이 통합을 결의하고 총선 공천방식도 ‘완전개방 시민경선’을 채택했으니 이처럼 좋은 조건이 없다. 또 때마침 불어닥친 이른바 ‘안철수 효과’도 천군만마다. 10·26 재보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를 확실히 확인시켜 주지 않았던가. ‘통합과 혁신’ 바람도 기성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는 최종병기다.

 

하지만 정치란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합종연횡과 이합집산, 뒷다리걸기, 술수와 거래, 거짓말이 판 치는 게 정치판이다. 2009년 4·29 재선거 때 전주 덕진구에 출마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최근 이런 경험을 털어놓았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명함을 건네면 확 던져버리는 사람도 있더라. 그것도 내가 보는 데서. 내가 무슨 통닭집 알바생도 아니고 죽겠더라.” “민주당 당원들과 회의할 때 ‘앞서가고 있다. 열심히 하자’고 당부했는데 그때 아마 당원들이 나 보고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도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우리 선거캠프에 와서 일하고 밤에는 정동영 사무실로 가는 사람도 있었다.”

 

전북대 사대부고를 나온 그는 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았지만 12.93%를 얻고 무소속 정동영 의원한테 참패했다. 그의 경험담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단 몇달 동안에 인생에서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정치신인들은 냉대와 자기도취, 이전투구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지 자신한테 먼저 물어야 한다. 정치판을 이전투구로 빗대지만 선거판은 그 보다 몇배 더 한 곳이다.

 

또 하나는 페어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기성 정치인들 흉내내지 않고 정도(正道)를 걷는다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뒷다리걸기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6일 전주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한명숙 전 총리는 “출판기념회 참석을 놓고 왜 소란을 피우는지 모르겠다. 안 간다고 해 놓고 참석했다.”며 깜짝 놀라 했다고 한다. 일부 라이벌 정치인들이 참석을 막았던 모양인데, 한 전 총리가 전북의 정치문화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졌을지 궁금하다.

 

다른 하나는 원칙과 대의명분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질 수는 있다. 그러나 지더라도 대의명분을 어겨서는 안된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 이길 수 있다.” 문재인의 ‘운명’에 나오는 말이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한가한 소리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거판은 이제 초입이다. 시일이 흐를수록 난삽해질 것이다. 민주주의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이다. 괴에테도 ‘행복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한가한 소리가 아니라 나중을 생각하면 금언이 될 것이다.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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