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투어 리사이틀 공연, 내일 전주서 첫 시작 러시아 색채 가득한 라흐마니노프·쇼팽 등 연주
피아니스트 임동혁(28)은 2009년 갑작스레 어머니를 잃었다. 아들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어머니는 음악교육을 위해 모스크바로 이주해 그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 슬럼프는 생각보다 길었다. 최근 이혼을 겪고 다시 건반 앞에 앉았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전주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을 투어하는 리사이틀 '1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다'.
사람마다 '꽃 피는' 시기는 다르지만 그는 일찍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롱티보 콩쿠르(우승·2001), 쇼팽 콩쿠르(2위 없는 3위·2005), 차이코프스키 콩쿠르(1위 없는 공동 4위·2007) 등에서 입상하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가 잠시 주춤하면서 첫 마음으로 되돌아온 자리.
쇼팽 국제 콩쿠르 수상을 계기로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으나 자신의 음악적 영토가 갇히게 될까봐 한 때 멀리했다. "내가 절대 못 할 작품이라는 말이 가장 싫다" 며 스승인 에마누엘 액스와 베토벤을 주제로 '피아노 배틀'도 시도했을 만큼 당차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03). 차이코프스키 콩쿠르(2007)에서 "심사가 불공정하다"며 수상을 거부했을 정도로 자부심도 강하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추천으로 10대 연주자로는 드물게 EMI 클래식에서 '쇼팽·슈베르트·라벨' 첫 앨범을 낸 그는 데뷔 앨범으로 '황금 디아파종 상'(2002), 두 번째 음반 '쇼팽 리사이틀'로 프랑스의 '쇼크 상'(2004)을 받았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EMI 클래식에서 발매한 3장의 음반을 한데 모은 특별기획 앨범까지 냈다. 앞서 발매한 두 장의 앨범에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2008)이 담겼다.
이번 연주회에서 러시아 색채가 가득한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와 '피아노 소나타 2번'으로 채운 건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다. 어린 시절 러시아에서 겪은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면서 라흐마니노프를 뜨겁게 두드렸다. 젊음의 영감으로 빛나는 라흐마니노프를 만날 수 있게 될 듯.
한 때는 부담스러웠으나 "여전히 평생 함께 가고 싶은 작곡가"로 쇼팽을 꼽는 그는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와 '피아노 소나타 3번'도 준비했다. 그 누가 임동혁 만큼 쇼팽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간 연주에서 모든 감정을 쏟아내며 울부짖는 쇼팽을 만나볼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때로는 강건하게, 때로는 나직히 읊조리는 쇼팽의 초상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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