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요소 가미 참신한 기획 눈길
검은 망토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 합창단원들이 무대에 선 것. 경건함과 소박함이 녹아 있는 목소리로 '집시의 노래들','5개 히브리 사랑 노래들'을 부르며 백조를 연상시켰던 여성 단원들이 갑작스레 관능을 융합시킨 블랙 드레스로 바꿔 입자 백조와 흑조를 오가며 완벽한 무대를 그린 영화'블랙스완'이 연상됐다.
익산시립합창단 여성단원들까지 가세해 부른 '성스러운 노래들'(Songs of Sanctuary)에선 '리듬 퍼커션 앙상블'의 타악이 흥을 돋웠다. 모든 악기의 소리를 언어로 표현한 작곡가 칼 젠킨스의 이 곡에 몸짓을 곁들이고 어둡고 밝은 색감을 오가는 조명 효과로 입체감을 살려 다양한 볼거리를 선물한 것.
라틴 아메리카 민요'Un poquito cantas'가 시작될 무렵엔 공연 시간표가 거꾸로 돌아간 듯 했다. 황금빛 스카프를 두른 한송이(소프라노)씨와 장난감 기타를 든 박준현(테너)씨가 무대 안팎에서 깜짝 등장하며 너스레를 떨자 객석에서 웃음이 흥건하게 묻어났다. '라이언 킹' OST인 '사자가 잠든 밤'과 '사자가 옵니다'에선 한아름(소프라노) 조영수 김경은(알토) 신상권 유경우 심태섭(테너)씨의 엉거주춤한 춤과 과장된 몸짓이 포개어지자 톡톡 쏘는 청량음료를 마신 것 같은 즐거움이 더해졌다.
합창하면 무대에 가만히 서서 들려주는 노래를 떠올리게 되는 우리의 짧은 '음악 입맛'을 교정하게 해준 공연. 뒤늦게 입장한 관객들이 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김철 지휘자의 세심함과 인천시립합창단처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한 무대 기획력도 빛났다.
말끔하고 깨끗한 소리와 유쾌 상쾌 통쾌한 소리를 넘나들며 앙코르 두 곡까지 곁들인 정성치고는 관람료가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게 프로포즈할 커플들을 위한 이벤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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