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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미술관, 송수남·황재형 작가와의 대화】송수남 "물 흐르듯 붓질"

"생명력 탐구하는게 동양화 다른 작가와의 차별화 노력"

▲ 송수남

일흔을 훌쩍 넘긴 송수남 작가의 천진난만한 미소. 덥수룩한 수염과 큰 덩치에서 풍기는 강인함과는 달리 깊은 서정성을 보여준 황재형 작가. '1980년대 예술운동 현장의 작가들'이라는 다소 무거운 전시 타이틀에 가려진 두 거목의 숨은 모습들은 의외였다.

 

이들은 지난 16일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작업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냈다.

 

△ 동양화가 송수남씨

 

55년 만에 고향 전주로 내려온 송수남 작가는 유년시절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그는 남고산과 전주천을 놀이터 삼아 보내던 고향의 모습이 작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하지만 55년의 세월은 그의 외모뿐만 아니라 고향의 모습도 뒤바꿔 버렸다. "예전에 살던 집을 찾고 싶은데 너무 변해서 그럴 수 없다"라고 말한 그는 추억이 담긴 장소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는 고등학교 시절. 당시 도내에서 유일하게 미술교육을 했던 전주공업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다. 그는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한 것도 친구들의 영향"이라며 작업의 뿌리가 고향 전주에 있음을 강조했다.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전환한 계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그의 철학이 묻어났다. 그는 "동양화와 서양화는 물성 자체가 다르다. 동양화는 물을 주로 이용하는데 물은 근본적으로 생명을 의미한다. 이런 것들을 탐구하는 게 동양화다"라고 말했다. 작업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물 흐르듯 그려야"라고 말한 그는 "그림은 계속 그리다보면 늘고 이에 따른 고민도 생기기도 하지만 고민이 풀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지한 이야기가 이어지자 그는 외국에서 겪었던 일화로 화제를 돌려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1974년 스웨덴에 가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별로 인기가 없었다는 것. 이어 그는 다작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나는 다른 재주가 없다. 노름을 해도 돈만 잃고 그렇다고 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다시 한번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라며 다소 솔직한 이야기를 꺼낸 그는 "아이러니하게 실험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그려 더 잘 팔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볼펜 대신 붓을 쓴다라고 생각하며 매일매일 연습을 해야 한다"라며 후배 미술인들에게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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