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주제…"상처 극복" 예술가 역할 주목 / 서울·대전 공연 이어 11월 소리문화전당서 선봬
일본 대지진의 시련은 비극의 펀치력을 보여줬다. 대지진 때 북동부 일대는 2/3 이상이 폐허가 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다 잃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다만 희생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법을 고민했을 뿐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과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이 주축으로 제작한 연극'축/언'(祝/言)은 재난 현장에서의 예술가의 역할에 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20일 오전 11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만난 연출가·배우들은 "예술의 사명은 절망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다시 살아나갈 힘을 주입하는 것"이라면서 "3개국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축/언'에는 한국인 신부(김선화 역)와 일본인 신랑(아이자와 가즈나리 역), 이들의 결혼 주례를 맡는 중국인(리단 역)이 등장한다. 그러나 대지진으로 결혼이 물 건너가고, 부부는 결국 쓰나미로 죽게 되면서 중국인 주례와 이야기를 나누는 설정.
일본 국공립미술관 중 유일하게 연극을 올리는 아오모리현립미술관에서 무대예술 감독인 하세가와 고지는 작품의 숨은 의미를 전했다. "'축/언'의 '/'는 상흔과 국경선이라는 것." 살아남은 이들에겐 고인의 희생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사실과 일본·한국의 오랜 역사적 라이벌 의식으로 설정된 경계심을 뜻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120분 공연물 중 40~50분이 악기 연주와 춤이라는 데 있다. 지난해 KBS 국악대상을 수상한 저력이 있는 6인조 국악 앙상블'앙상블 시나위'가 끔찍한 악몽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희망의 증거'를 아쟁·피아노·타악·가야금·소리로 들려준다. 전쟁의 상흔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진동이 클 연극. 그것으로 인해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본 이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총 13억이 투입되는 이번 공연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전문화예술의전당·서울 한국공연예술센터가 공동 주최자로 나서면서 수도권 중심의 문화 편중 현상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의의가 있을 듯. 공연은 10월 일본을 시작으로 10~11월 한국·중국에서 올려진다. 한국 공연은 10월19일∼20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5∼27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11월1일∼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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