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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허소라

▲ △허소라 시인은 195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목종'(木鐘) '풍장' '아침 시작' 등이 있고, 수필집 '흐느끼는 목마'(木馬) 등이 있다.
하늘만 보던 농부는

 

이제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

 

한때 그가 중얼거릴 때마다

 

쟁깃날에 묻어나던 싱싱한 햇살

 

이제 제 나이를 갈아엎고

 

제 가족들마저 갈아엎고

 

그는 더 이상 갈게 없어

 

마지막 하늘을 본다. 가슴 속 쇠스랑소리

 

집에 오면 먼저 와 있고

 

가슴속 긴 밭고랑 집에 오면 빈 벌판

 

무슨 씨앗을 뿌릴까 농부는 컴컴한 제 방구석에서

 

밤새 씨 뿌리는 흉내

 

제 가슴에 불 지르는 흉내

 

하늘만 보고 물만 보던 농부는

 

이제 사람을 보게 되었다.

 

거울 없이도 제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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