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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두고 마지막 정기공연 문정근 단장】"집 짓듯 차근차근…춤은 건축과 같아"

지난 8일 만난 문정근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단장(60)은 무용복 차림이었다. 12월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정기 공연을 준비하느라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허겁지겁 모자를 둘러쓰고 나온 모양새였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공황장애가 갑작스레 왔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예민해서 그런가봐요."

 

깐깐한 그의 '간택' 받은 '파랑새'는 내년 120주년을 맞는 동학농민혁명 민초들의 삶에 주목한 공연. 역사극은 무대를 형상화 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꺼리는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모악', '미스 콩' , '길, 춤사위로 길을 묻다' 등 전북의 소재를 발굴해온 그의 의지는 전북의 뿌리를 찾는 춤사위로 이어졌다.

 

곡석이 될 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그는 완주 용덕초 시절부터 누가 보거나 말거나 춤을 곧잘 췄다. "아버지가 농사짓는 시골 양반이었는데, 참 흥이 많았어요. 상모를 쓰고 덩실덩실 춤 추시던 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요."

 

그럼에도 집안의 반대는 거셌다. 그가 몹쓸 병을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죽는 것보다 낫겟다"며 춤추는 걸 허락했다. "지독하게 엄하게 가르친" 최 선 선생(전북도 무형문화재 호남살풀이춤 보유자)과 김광숙 선생(궁중 정재무 금척무 전승자)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그는 초등학교 교편을 잡았다가 뒤늦게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춤을 배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남자는 여자보다 백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 조용하고 은근하면서 깊이 뿌리박는 그의 춤사위는 바람 잘 날 없다는 전북도립국악원에서 16년이나 재직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국립국악원(1986~1990)·서울시립무용단(1991~1992)·국립무용단(2000~2001)을 두루 거친 경험을 두고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했다. 자신을 "내성적이고 소심하다"고 강조하지만 "반드시 끝장을 보는" 집념으로 춤으로 외길을 걸어온 결과.

 

"나는 춤이 건축이라고 생각해요. 흘러가는 춤이 아니라 차근차근 쌓아가야 하니까. 마치 집을 지을 때 철근을 박듯이 땅의 기운을 받아 춤으로 풀어내야 혼이 깃든 몸짓이 나오죠."

 

그래도 40여 년을 춤만 추고 살아온 것이 "부모님 덕, 스승님 덕, 제자 덕"이라고 겸손해했다. "진짜 춤을 추려면 사심이 없어야 돼요. 이번 공연도 깨끗하고 힘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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