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부활 확인하는 춤의 진혼곡
사랑에 대한 견해와 체험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사람 수만 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2011년 초연되었던 사포현대무용단의 '우리는 사랑했을까'를 본 논평 가운데는, '사랑의 부활을 꿈꾸는 반어법(反語法)의 장엄한 레퀴엠(追慕曲)'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이번 재공연(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도 작품과 안무 의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사랑은 단정될 수가 없다. 반어법으로 묻는 것은 강조어법이라서 제마다 사랑했던 뼈아픈 체험을 그냥 추억의 사랑, 회한(悔恨)으로 남는 사랑으로 내버려 두지 않으려는 의지가 사랑의 부활을 확인하게 만든다. 버려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재생과 부활을 꿈꾸며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사랑의 대상을 다시 우리 곁으로 불러드리려는 이 초혼의 현대 굿은 현대적인 감성으로 우리의 깊은 상처를 후벼낸다.
안무방식도 몇 개의 줄기와 가닥을 묶어서 하나로 엮는다. 여러 사랑의 유형을 보여 주고 시간과 더불어 성숙해 간 체험의 골짜기에 꽃다발이 바쳐진다. 이미지1 '바람의 소리'는 박진경 안무, 이미지2 '그는 어둠속으로 걸어갔다'는 강정현 안무, 이미지4 '말하기 시작했다'는 김자영 안무로 가다듬어지고 그 이음새와 강조의 포인트, 그리고 이미지3 '하얀 달과 총괄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사포 예술감독 김화숙 원광대 교수의 몫이다.
프롤로그에서는 서로 다른 사랑의 군상이 세 안무자로 체화되어 묵화(墨畵)로 피어나듯 전면으로 나오는데 아득한 기억이 되어버린 꽃잎처럼 낙엽처럼, 그렇게 바람에 실려 가듯한 사랑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절망적인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검은 흑의의 그림자도 있고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런 지독한 사랑도 있었다. 그런 사랑은 관능이기도 했고 지배와 반항의 역작용이기도 했으며 운명적인 이별과 사별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여러 사랑의 유형이 강물처럼 바다로 흘러들 듯 삶의 커다란 합창이 되듯 성숙되어 간다.
이번 공연의 성과는 그런 문화적 성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감정의 벽다운 효과를 끌어낸 표종현 미술감독의 정감있는 협업도 놓쳐서는 안 될 큰 기여로 보인다.
이상일 (무용평론가·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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