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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권영술 화백 미공개 작품 만난다

우진문화재단, 40여점 골라 11일부터 전시 / 둥글둥글 포근한 풍경화…정물화도 첫 선

 

늦둥이를 본 부모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듯 故 권영술 화백(1920~1997)은 말년에 후배들이 마련해 준 작업실을 보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자신의 작업을 묵묵히 이어왔던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은둔생활에 들어갔을 때쯤이다. 비록 철판을 덧댄 조그마한 가건물이었지만 처음으로 작업실을 갖게 된 그는 거침이 없었다. 소품 위주로 그림을 그리다 대형 작품을 하게 됐고, 색채는 더욱 밝아졌다. 자연스럽게 그가 바라본 세상과 자연은 포근하고 맑아졌다.

 

그간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던 그의 미공개 작품이 나온다.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열리는 '명상을 부르는 그림, 권영술' 展을 통해서다.

 

유작 156점을 소장하고 있는 우진문화재단은 지난 2004·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권영술 화백의 작품을 일반에 공개하는 전시를 개최한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발표되지 않았던 110여점 중 보관상태가 양호하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 40여점을 선별했다. 1940~90년대 그려진 작품들로 뒤늦게 마련한 작업실에서 열정을 불사르며 그린 그림이 주를 이룬다. 특히 그간 두 번의 유작 공개에서 제외됐던 정물화가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의 관심사는 창문 너머 보이는 자연과 일상. 그는 블루 계열 색상을 즐겨 사용했다. 파란하늘과 푸른 산, 짙푸른 숲이 가득한 화면은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기 보다는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한지를 떼어 갖다 붙인 듯 양감이 두드러지고 사물의 경계를 원색보다는 중간색을 사용해 안정감을 추구했다.

 

포근한 인정이 배어있는 그의 그림은 차가운 느낌의 블루 톤과 묘하게 어우러져 포근함을 준다.

그의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시골 풍경들은 소박했던 우리의 지난 모습을 담고 있으며,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 속에서도 깊은 공간감을 형성하면서 화려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은 풍부한 색채의 표현으로 서정적이면서도 담백한 우리의 미의식을 추구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정물화에서는 아이보리와 분홍, 노랑 등 풍경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색상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색상을 이용한 그의 실험을 엿볼 수 있는 기회. 특히 아쿠아블루를 연상시키는 파란 바탕에 사랑스러운 핑크빛으로 표현한 장미는 균형 잡힌 구도가 눈에 띈다. 가지째 화폭에 등장하는 주홍색 감과 늙은 호박은 그가 즐겨 그렸던 농촌풍경을 옮겨 놓은 듯하다.

 

김선희 우진문화재단 운영실장은 "권영술 화백의 작품은 전북지역 미술사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가 우리지역 서양화단의 근대성을 일별하는 소중한 기회이자 예술의 순수성을 희구하는 이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군산중, 신태인고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창작활동을 이어왔던 그는 신상미술회 창립, 전라북도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 1997년 향년 77세로 별세했다.

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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