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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춤으로 선보이는 45년 무용인생의 정수

장인숙 널마루무용단 대표, 내일 소리전당 무대

 

지난 17일 오후 6시 전주 널마루무용단 연습실. 어깨 짓을 타고 흐르던 흥이 퍼져 온몸에 물결쳤다. 기생 매창의 애절한 시 한 구절이 독백처럼 깔리자 담백한 수묵화의 부채가 쫙 펼쳐졌다. 한국무용가 장인숙 널마루무용단 대표(55)의 춤사위에선 애잔함이 흘렀다. 줄곧 화려한 목단이 그려진 깃털 부채를 들고 맵시있는 춤을 춰왔던 그가 이번엔 '전주부채춤'이란 걸 내놨다. 부채춤이 본래 갖는 화려한 몸짓에 전라도의 신명이 담긴 차분한 몸짓의 어울림이다.

 

"감정 표현 하나에도 혼이 있어야지요. 부채춤을 처음 만든 김백봉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내 것으로 만든 부채춤을 갖고 싶었어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것, 그걸 남기기 위해 창작하는 거예요. 전통의 계승은 오히려 쉽지요."

 

평소 나긋나긋했던 목소리는 이미 쉴대로 쉬었으나 춤 이야기가 나오면 빳빳한 심이 들어갔다. 20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올리는 '부채, 춤 바람을 일으키다'는 그의 춤 인생 자존심이 걸린 무대. 춤은 아무나 출 수 있지만, 예인은 아무나 될 수 없지 않은가.

 

꿈을 주제로 춤과 삶이 겹쳐지는 무대 구성이다. '부채! 신바람을 일으키다','부채, 봄바람을 일으키다','판소리 다섯 바탕의 춤', '부채! 춤 바람을 일으키다', '춤길에 서서…꿈'으로 이어지면서 꿈결 같았던 삶의 이야기가 풀어진다. 마치 접신된 듯 정신없이 무당춤을 추다가 곱디고운 교방춤으로 넘어가다가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을 엮은 화려한 몸짓까지 쉴새없이 무대를 누빈다.

 

이번 무대의 뿌리엔 장인숙 대표 말고도 중독성 강한 음악과 드라마가 있다. 역대 가장 호평을 받았던 '타고 남은 적벽'에서 호흡이 척척 맞았던 연출가 지기학, 김백찬 음악감독이 함께해준 덕분. 눈빛만 봐도 자신의 의도를 더 잘 해석해준다는 연출가 지기학은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몰래 녹음해 장면 전환 때마다 넣는 등 각별히 신경썼다. '타고 남은 적벽' 때 붉은색 꽃가루가 흩날리며 무대 위를 덮었던 강렬한 장면 만큼이나 관객들의 뇌리에 절대 잊혀지지 않을 장면도 깜짝 준비돼 있다.

 

내친 김에 그의 춤 인생을 정리한 사진집도 출간했다. 45년 간 춤 하나에 모든 것을 건 생활을 하다 보니 춤이 곧 삶이었고 삶이 곧 춤이 돼 버렸다. 열정을 몸짓으로 응축시켰던 지난 시절을 회고하면서 "그래도 다음 생애에도 춤을 추고 싶다"고 했다.

 

"이번 무대가 커지다 보니 주위에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왜 그렇게 과감하게 저지르느냐고. 그러면 전 그럽니다. 좋은 걸 어떡하느냐고. 무용은 제게 종교인 것 같아요. 어떤 것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것. 그래서 춤은 운명 같습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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