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사 초상화로 인생의 유한함 그려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는 듯하다. 불로초를 찾아 헤맨 진시황, 죽어서도 미라로 남아 이집트의 영원한 통치를 꿈꿨던 파라오부터 사후 영생의 세계를 담보로 인간을 현혹하는 수많은 사이비 종교들이 득세하고 있는 현재까지 시대를 막론하고 영생에 대한 갈망은 계속됐다.
미술가 김선태(예원예술대 교수)가 '세상에 영원한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전북도 해외전시지원사업에 선정돼 오는 7~28일까지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노스탤지어-풍화' 전을 통해서다.
그는 인물과 들꽃을 소재로 노스탤지어와 풍화라는 테마로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상에서 이미 유명해진 모델, 가수, 영화배우, 정치가 등 유명인의 초상 작업 20여점이 나온다. 그림에 등장하는 유명인들도 결국 벽화 속의 그림처럼 퇴색하고 풍화되어 사라져가는 존재로 영원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추억의 한 페이지로서 노스탤지어로 남아 있을 뿐이라는 것.
그의 그림은 인물과 나비가 동시에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인물에 나비의 형상을 오버랩해 실루엣과 환영을 덧씌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동양의 사상가인 장자(莊子)의 호접몽(나비의 꿈)에서 꿈인 줄 모르고 깨어나서야 꿈인 줄 알았듯이, 우리는 현실과 환영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늘 항상 경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의 작업이 팝아트적인 성향도 있지만 단순히 스타성 있는 유명인만을 복제하는 팝아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차이를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과 밀도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그는 풍화적인 느낌을 주기위해 샌드페이퍼와 핸드 그라인더를 사용해 깎고 다듬으면서 독특한 화풍을 보여준다. 마대 표면에 석고를 입혀서 깎아내고 파내고 덧칠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시나브로 작품을 완성했다.
이러한 기법은 어찌 보면 이 시대에 가장 진부한 작업 방식일수도 있으나,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오히려 그의 작품 내용과 형식에 맞아 떨어진다.
그는 "우리는 지나간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기억은 우리 삶속에 침식하지만 퇴적되지 못하고 세월에 풍화돼 날카로운 각들을 모두 둥글고 둥글게 만들고 결국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13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현재 예원예술대 미술디자인학부 한지조형디자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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