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음악인재들의 가능성 보다
칠흑같이 검은 무대 위에 고통스런 비올렛타의 얼굴이 어렴풋한 불빛에 흐느껴 운다. 1,2막에 펼쳐졌던 화려한 무대와 출연진들의 노래와 함성이 사라지고 홀로 죽음 앞에선 비올렛타의 남은 시간이 어두움 속에서 점점 종말을 향해 휘청거리며 다가간다.
오페라의 3막은 그녀의 마지막 죽음앞에 사랑하는 알프레도와의 해후, 제르몽(알프레도 아버지)의 사죄, 평생을 뒷바라지 해오던 하녀 안니나, 비올렛타의 주치의 그랑빌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랑의 확인, 화해, 마지막 삶에 대한 소망을 향한 비올렛타의 절규로 막을 내린다. 연출자 마르코 카테나는 3막, 죽음의 장에 그만의 해석을 담은 연출을 보여주었다.
3막이 열리면 검은빛이 드리운 썰렁한 집안, 하얗게 드리운 딱딱한 침대위에 비올렛타가 시체처럼 누워있다. 어느 순간 무대는 사라지고 등장인물도 검은 휘장 속에 가려진 상태에 어디선가 다가오는 영혼을 부르러 온 검은 사자들의 움직임이 비올렛타를 향하여 좁혀온다. 그 영혼은 비올렛타의 심정을 풀어내는 도구이고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알프레도와 부르는 이중창 "파리를 떠나서 다시 새 보금자리를 찾자"에서 검은 그림자는 알프레도의 역할을 한다. 비올렛타의 남은 시간의 심정과 상황을 검은 그림자들과 함께 그려간다. 그 누구도 이렇듯 처절한 죽음의 상황을 연출하지 않았다.
철저히 검은 무대를 고집한 연출은 비올렛타의 젊음, 아름다운 매력, 화려했던 시절, 알프레도와의 꿈같은 사랑을 희생과 죽음으로 내몰면서 가장 극단적인 표현으로 드라마틱한 마무리를 연출하였다. 다만 공연장 현장이기에 컴퓨터 그래픽 같은 세밀한 처리를 할 수 없어 검은 그림자들의 몸짓과 비올렛타의 고통스런 표정 등 세밀한 연기모습을 표현하는데에 아쉬움이 남았다. 검은 무대 속에 희미한 빛으로 좀 더 검은 그림자의 실루엣이 보일 수 있도록 한다면 청중이 연출의 의도를 훨씬 쉽게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첫 공연의 설렘, 기대감, 긴장감이 깃든 무대여서 약간은 음악의 서두름이 느껴졌으나 전북의 인력으로 만들어낸 가능성을 보여준 예술무대였다.
오페라는 가장 중요한 음악과 극의 전개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 속에서 상징적인 사건과 극의 표현으로 큰 줄거리와 핵심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항상 대본의 짜임이 중요하다.
이번에 공연된 오페라 춘희는 1막에서는 '사랑' 2막은 사랑의 고뇌와 희생, 갈등 3막은 화해와 용서, 죽음의 분명한 전개와 색채로 이루어져 드라마틱한 극을 구성하고 있다.
음악의 특징은 작곡자 베르디 특유의 다양한 정서의 세심하고 수려한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음악의 구성이 어우러져 수월하게 음악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대중친화적인 작품이라고 본다. 음악회에서 자주 들어보는 '축배의 노래'가 이 오페라의 막을 여는 화려한 시작이다.
유럽 상류사회의 파티장면을 통해 동서양간의 문화의 차이를 볼 수 있었으나. 2막에서 전개되는 내용 중에 알프레도의 아버지가 귀족가문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서 고급 창녀 출신의 비올렛타와의 사랑을 결별시키는 단호함은 시대와 공간을 막론하고 가정과 자녀를 위하는 아버지의 존재역할이 같음에 공감을 같이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주인공 비올렛타의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에 대한 신념은 인간의 최상의 가치임을 각인시켜주는 명작이다.
전북대 이은희 교수가 이끄는 뮤직씨어터 슈바빙은 해마다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여 전북지역에 예술 문화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제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로 지역과 소통하고, 그 지원으로 교육사업 '아하! 뮤지털, 오페라' 체험학습을 통해 예술활동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오페라 춘희 공연의 주관을 맡아 전북 5개 지역 순회 초청공연을 진행하는 뮤직씨어터 슈바빙은 우리고장의 음악인재들을 모아서 무대를 만들고 가능한 전북지역의 구석까지 오페라 예술장르의 종합무대를 감상하게 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기획이다.
7일, 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대와 익산 남원 정읍으로 이어지는 공연에서 더 멋진 무대를 기대해본다.
최동규 한일장신대학교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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