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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立冬)

▲ 이병초
눈비 들이치면 무를 못 먹는다기에

 

텃밭 귀퉁이를 판다

 

삽날에 찍혀 달아났다가 절뚝절뚝 되엉기는 햇살,

 

덜 마른 시래기타래에 튕겨 나온 햇살이

 

무구덩이 맨흙 위에 쏠린다

 

뽑히는 게 팔리는 게 통째로 묻히는 게 깜냥인

 

아작아작 씹혀도 몸뚱이밖에 없는 요놈들 자리

 

햇살을 골고루 펴서 깔아야겠지

 

고뿔들지 말라고 흙으로 봉을 올리고

 

짚으로 두툼하게 덮어주리라

 

흙에 검불이 섞이면 무가 썩는다기에

 

삽날에 들러붙는 검불을 떼어낸다

 

* 이병초 시인은 1998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으로 〈밤비〉 〈살구꽃 피고〉를 펴냈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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