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주·12월7일 군산
‘동남풍’이 전북의 전통예술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1994년 사물놀이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동남풍이 20년간 몰아친 바람은 박제된 전통예술에 날개를 달게 했다. 전북지역 유일한 타악 연주단으로 출발한 이 연주단의 20년은 곧 전북의 전통예술이 달려온 오늘의 역사가 됐다.
전통예술을 보존하기 위해 국가와 자치단체가 나서 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을 감안할 때 민간 전통예술단체가 20년을 홀로선 자체만으로도 귀한 대접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 셈이다.
“연습실이 없어 대학 동아리실, 건물창고 등을 돌아다니며 1993년 추운 겨울에 땀 흘려 연흡해 창단 공연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동남풍’을 창단을 주도했으며, 지금까지 연주단을 이끌고 있는 조상훈 대표(44)는 “힘에 겨워 좌절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군산을 기반으로 한 동남풍이 20년간 벌인 국내외 공연은 1500회에 달한다. 초창기 동호인 성격에서 벗어나 2001년 전국국악경연대회 명인부 대상을 받으며 전문 연주단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국내외에 한국 전통예술의 진수를 보여줬다.
2000년 캐나다·미국·유럽 순회공연과 네덜란드 시보페스티벌 참가, 2002년 한일문화교류 차원의 도쿄 공연, 2003년 일본 도쿄·나고야 초청 공연, 2007년 중국 연태시 초청공연, 2008년 말레이시아 민속음악축제·러시아 모스크바 한민족대축제, 2009년 중국 상해엑스포 개막식 공연·영국 런던 한인축제 축하공연 등 거의 모든 지구촌에서 동남풍 공연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달려온 ‘동남풍’이 어제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갖는‘동남풍의 인연’(2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12월7일 군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 각각 저녁 7시). 장단과 가락 하나로 연을 맺어 희노애락을 함께 한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동남풍의 마음이 담긴 자리다.
그래서 프로그램도 창단 공연 때 올린 작품 중심으로 구성했다. 시대를 넘어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은‘비나리’, 호남과 경기·충청, 영남농악 등 각기 다른 특징을 갖는 농악가락을 집대성한 삼도농악, 잔가락이 많고 기교와 멋을 부리는 게 특징인 호남농악을 이번 무대에서 풀어놓는다.
동남풍의 스승 역할을 해온 나금추 선생(전북무형문화재 부안농악 상쇠예능보유자)이 특별 출연하며, 최동현 군산대 교수가 사회를 맡는다.
“동남풍의 중심은 전통을 고수하면서 전통 안에서 변화를 수용하는 쪽입니다. 무작정 창작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조 대표는 서울 등에서 전통을 강화하는 쪽의 복고풍이 일고 있는 반면, 전북에서는 근래 창작이 많아지는 추세 속에 전통 고수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사회적 관심도 창작쪽을 선호하다보니 전통을 지키는 게 훨씬 힘들다는 말도 곁들였다.
현재 10명의 정단원과 10명의 전수단원으로 구성된 동남풍은 20년의 성년이 되면서 정기연주회와 함께 재능기부쪽에도 요즘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연장을 쉽게 찾기 힘든 장애인과 노인, 어린이 등을 찾아 올해만 5차례의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호남우도농악회를 통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습을 실시, 국악의 대중화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대보름페스티벌도 동남풍의 새로운 레퍼토리가 됐다.
조 대표는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지만 단원들 스스로 예술세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에 진정한 동남풍의 매력을 만들어온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통의 고수를 중심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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