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한국미술 거장전' / 19일간 1만7000여명 다녀가 / 도록 판매량도 평소보다 3배
“내 그림 제목은 모두 평화”라 했던 고암 이응노의 ‘군상’은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다른 움직임을 하면서도 어울림을 통한 공생공존이 잘 나타나 있다. 166×273㎝ 크기의 대작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온몸으로 전쟁, 분단, 이념 대립을 겪었던 그의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6·25 때 월북한 아들을 보고싶은 마음에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난 일로 고초를 겪고 1983년 프랑스로 귀화했던 그는 평화로운 조국을 바랐다. 광주민주항쟁을 계기로 죽기 10여년 전부터 몰두했던 군상 연작은 그래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발걸음을 옮기자 운보 김기창의 ‘농악’이다. 장구를 든 인물에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됐다. 소리를 좀더 잘 듣기 위해 고개와 눈이 한 쪽으로 쏠린 모습에는 청각장애인이었던 그의 소리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있다.
김창렬의 ‘물방울’ 은 영롱하고 투명한 물방울의 질감이 감상자에게 차원을 넘는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이 KBS전주방송총국과 함께 주최한 ‘한국미술의 거장: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전이 호응을 얻고 있다.
27일 도립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26일까지 한국 거장전을 다녀간 관람객은 1만7000여명이다. 주말은 하루 1700~1800여명이 관람하고 있다.
이번 거장전은 보험료, 운송료 등 6500여만 원의 예산으로 서울 가나아트센터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가천대 교수의 기획으로 국내 대표적인 화가 23명의 114여점을 도립미술관 제1~5전시실과 상설전시실에서 미술사에 따라 배치했다.
전시된 114점의 작품가는 모두 약 300억 원. 이 가운데 가장 고가의 그림은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로 24억~25억 원 선이다. 이어 김환기의 ‘매화와 항아리’ 15억 원, 박수근의 ‘노상의 사람들’ 12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조각가 권진규의 작품 9점은 단독 전시실에 배치해 비중을 뒀다. 이 외에도 김병기, 남관, 도상봉, 문신, 박고석, 박래현, 박생광, 백남준, 변관식, 오지호, 이상범, 이중섭, 장욱진, 전혁림, 최종태, 하인두의 그림이 선을 보여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거장전을 2번 관람한 김모 씨(35·전주시 인후동)는 “그동안은 외국 작가 위주였는데 교과서에서 봤던 우리나라 작가들의 전시라서 유익했다”며 “지난해 ‘샤갈 피카소’거장전보다 더 내실있고 볼만 하다”고 평했다.
도립미술관 이선화 학예연구사는 “도록 판매량도 평소 전시의 3배가 넘었고, 그림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여러 번을 관람한 입장객도 종종 볼 수 있다”면서 “권진규의 조소 등을 실제 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가족단위 관람객과, 작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절을 공감하는 장년층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관람은 무료며,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입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문의는 063-290-688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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