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 연극적 요소 가미한 무대 / 4일 저녁 7시30분 소리전당
“설렌다.”
공연을 앞두고 보통 두려움이 앞서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올 연말 정년을 앞둔 문정근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장의 이야기다. 첫 발표회도 아닌, 무용으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60년 춤 인생을 갈무리 하는 무대에 ‘설렘’을 올려놓는 것 자체가 의외다.
“나이 60이 돼서 이제 조금 보인다”는 그의 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춤에 대한 겸손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신감이기도 하다. 속이 꽉 찬 자신의 춤을 어서 보여주고 싶은 의욕으로 설레는 게 아닐지.
젊은 시절 서정적인 춤에, 중년 이후 서사적인 춤에 매달렸다면, 지금 그는 철학적·문학적인 춤을 꿈꾼다. “춤은 정중동(靜中動)이면서 동중정(動中靜) 입니다. 고도의 트레이닝을 통해 그냥 서 있어도 이야기가 나와야 합니다.”
춤꾼에게 무대는 우주이고, 그 우주와 호흡하며 몸을 통해 삶을 풀어놓는 것이 춤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춤을 출수록 함부로 움직이기 어렵고 무섭고 두렵단다.
그가 설렘을 갖고 준비하는 무대는 ‘문정근 춤 60년 한 점 새가 되어’다(4일 저녁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그는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무용 인생을 뒤돌아보며 또다른 출발을 다지는 창작춤을 보여줄 예정.
김정수 교수(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와 연극인 오진욱씨 연출로 무대에 오를 이번 공연은 춤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3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6살 어린 나이에 도라지 춤을 시작으로 초·중·고 시절 에피소드를 춤으로 준비했다. 춤에 매료되고 춤으로 평생을 살겠다는 뜻을 세우는 과정이 담겨있다.
2장은 활발했던 청년기의 활동을 영상으로 되돌아보는 부분이다. 문정근 춤의 객관적 평가와 그 의미를 해설과 함께 만날 수 있다.
3장은 새로 안무된 3개의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선비와 노인, 여인 등을 소재로 각각의 장과 경은 독립적이기도 하면서 한 개인의 춤 인생을 보여주는 동일 맥락으로 이어진다. 춤꾼이 선비가 되고 노인이 되고 여인이 되는, 무용가이면서‘배우’다. ‘월하영무’를 타이틀로 한 선비춤을 통해 선비정신을 이야기하고, ‘신노심불노’의 노인춤을 통해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아직도 젊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추억 속으로’를 주제로 한 여인춤은 주마등처럼 지나간 여인(기생)의 삶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춤배우가 돼서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는 문 단장은 특히 여인춤에 강한 애정을 비쳤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장 차림으로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드물 뿐 아니라 그 스스로도 더 이상 여인춤을 출 기회가 없을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갈라쇼 형태로 정년 무대를 기념하는 것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그는 주변에 부담 주기도 싫고 새로운 작품도 발표하고 싶었다고 했다. 공연에는 후배·제자들 30여명이 함께 무대에 오르며, 발레리나 손윤숙 교수(전북대 무용과)가 우정 출연으로 참여한다.
그동안‘전라삼현승무’와 ‘전주학무’, ‘전주 민살풀이’, ‘전주팔경’ 등 그동안 전주춤 뿌리찾기로 전통춤의 복원과 재연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온 그의 16년 도립무용단장을 마무리 하는 무대지만,‘신노심불노’의 열정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북도 무대공연 제작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전석 초대로 진행된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