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1770~1827)은 이름만으로도 낭만적이다. 그가 14세 연하의 제자였던 줄리에타 귀차르디(1784~1865)에게 바친 ‘환상곡풍 소나타’인 피아노 소나타 14번은 감성의 촉수를 자극하는 선율로 가득하다. 이 곡은 독일의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루드비히 렐슈타프(1799~1860)가 1악장을 향해 ‘고향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 비치는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라고 덧댄 ‘월광’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4번 월광, 21번 발트슈타인, 23번 열정, 26번 고별 등 환상과 열정의 이음새를 채운 천재성에 절로 귀가 반응한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자에게 베토벤은 도전을 불러일으킬 만큼 이름만으로도 버겁다.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업계에서 ‘성서’라 불린다. 32개 전곡 도전은 연주자에게 일생의 과업으로 여겨진다.
평생을 피아노와 함께한 전주대 김동진 교수(64)도 올해 정년을 맞아 자신의 제자 29명과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을 3개월에 걸쳐 선보였다. 지난 9월3일부터 지난 3일까지 매주 화요일 전주시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과 모악당에서 베토벤의 향연을 펼쳤다.
그는 이번 무대에 28년 음악교육 인생을 오롯이 담아냈다. 연주회를 끝낸 김 교수는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베토벤은 피아니스트라면 정복해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동안을 정리하면서 학생들에게 베토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진수를 맛보게 하고 싶어 선택했습니다.”
전곡 공연은 지난해 12월 기획했다. 24살부터 49살까지 김 교수의 제자들에게는 각자의 곡이 떨어졌다.
그는 “피아노 전공자라면 베토벤은 필수지만 기술·표현 등 연주가 너무 어렵고 특정 악장만 연습한다”면서 “제자들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베토벤의 곡을 다시 보게 됐고 그 매력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 점을 성과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들을 기회가 흔하지 않은 만큼 관객 반응도 기대보다 좋았다”면서 “전통 클래식 공연임에도 항상 3분의1 이상 좌석이 찼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연주회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30~32번 공연에서 각각 한 악장씩 연주에 참여했다. 평소 피아니스트를 수도승으로 비유하는 그는 “매주 음악회를 하니까 중간에 지치는 경우도 많았지만 제자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대와 이태리 브레시아(Brescia)국립 음악원을 졸업했다. 전주·서울 등 국내와 해외 미국 호주·터키·독일 등에서 협연과 독주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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