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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한민국 완창판소리열전

소리꾼·관객 소통…대중화 가능성 엿보여

▲ 지난 28~29일 전주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린 완창판소리열전에서 안숙선 명창이 열창을 하고 있다.

‘완창’이라는 형식은 판소리가 잠시 소멸의 위기에 몰렸을 때 그 돌파구의 일환으로 시도해본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또는 극장 공간의 특성에 맞추느라고 생각해낸 방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그 밖의 의미가 더 클 듯하다. 무엇보다도 소리에 입문한 소리꾼들이 스승으로부터 한 바탕 소리를 완전히 전수받고 나서 스스로 한 시기의 공부를 마쳤음을 알리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마치 박사학위를 받는 젊은 학자가 논문발표회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비교할 수 있다.

 

그런 전제를 둔다면 ‘완창’은 노대가들의 공연보다는 중견이나 청년소리꾼들이 관련 전문가들, 동료소리꾼들을 모아놓고 하는 발표회의 성격에 오히려 잘 맞는다. 일반 대중들에게 완창이라는 형식이 주는 중압감을 고려해본다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완창판소리 공연장에 모인 청중들이 대부분 제자들과 관련자들로 채워지는 현실을 보아도 그렇다. 완창판소리라는 공연의 내용이 어떻게 채워져야 하는가를 생각할 때 감안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 어수선한 세밑에 펼쳐진 전주문화재단의 완창판소리열전(列傳)은 말 그대로 ‘열전(熱戰)’이었다(28~29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같은 자리에 이틀씩 나선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공연장에서 이들과 청중들이 주고받은 교감과 소통의 열기는 추위를 무색하게 했다.

 

안숙선의 명료하고 단정한 소리와 농익은 연기력, 송순섭이 보여주는 호방하고 시원한 기세, 남해성의 화려하면서도 빈틈없는 장단놀음은 청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무대 위의 명창들은 수준 높은 청중들의 추임새에 즐거워했고 청중들 또한 최고 명창들의 반응에 환호를 보냈다. 낡은 유성기음반에서나 간간이 확인하던, 서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창자와 청중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이크조차 쓰지 않은 채 병풍과 돗자리만으로 만든 무대는 고전적인 판소리공연장의 모습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분위기는 담백했고 청중들로 하여금 고스란히 소리꾼의 육성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고령의 명창들이 갖는 성량의 한계와 청중들의 몰입 정도를 좀 더 세심하게 감안해서 약간의 기술적 도움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선 공연장의 크기를 생각해서 눈에 띄지 않는 음향 확성장치를 동원하는 방법을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집중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면 어려운 사설을 이해하기 쉽게 해설이나 자막 등을 보완하는 방안도 있다. 팜플렛에 사설을 싣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는 완창의 지루함을 달래줄 수성반주나 막간 공연 등을 곁들이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다.

▲ 곽병창 우석대 교수

공연을 주관한 전주문화재단이나 장소를 제공한 우진문화재단은 판소리의 보존과 대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열전(列傳)’은 동류집단들이 모여서 치르는 의식에 가깝다. 이 이름이 당대명창들에 대한 오마쥬적 성격을 지닌 보존으로서의 슬로건이라면, ‘열전(熱戰)’은 새로운 청중들과의 흔쾌한 만남을 통해서 미래의 판소리를 위해서 치러야 하는 흥겨운 대중화의 퍼포먼스를 상징한다. 이번 공연은 분명히 오마쥬로서 기획된 것이지만, 대중화의 가능성도 충분히 엿보게 해 주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갈 길이 역시 평탄하지만은 않다. 이 공연이 대중화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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