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수묵 정신 옹호한 유일한 작가"
미술계에서 김병종을 왜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할까. 권영걸 서울대 미술대 교수는 “유행처럼 한국 미술계를 휩쓸던 구호나 스타일과는 항상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일종의 건전한 비판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김병종의 작품 세계에 내재한 이러한 저력을 지적 표현주의라고 칭하고 싶다”고 했다. 동양 철학의 정신성을 작업의 요체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수묵 추상 계열의 작업이 비판의 대상이 됐을 때 김병종 교수가 동양 철학에 입각한 수묵의 정신을 현장에서 옹호했던 거의 유일한 작가였다는 것이다.
‘이즘과 운동’ 등을 통해서 미술계가 집단적으로 움직였을 때 그 주변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아카데미즘의 핵심을 견지했으며, 그 결과 확고한 개인 양식을 이룰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건수 월간미술 편집장은 한국화의 변혁과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김병종은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고 보았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이름과 넋’시리즈로 연결되는 황진이, 춘향, 바보예수의 문인화적 형상화를 통해서 실존적 물음을 던졌고, 그것은 우리 동양화의 역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모멘트였다는 것이다.
‘이름과 넋’시리즈는 성의 굴레를 조소하듯 아름다운 저항을 벌인 황진이와 신분적 질서에 빛나는 성취로서의 춘향, 그리고 위대한 죽음을 택한 바보 같은 사내 예수를 통해 시대적 진실과 역사의 의미를 되물어 보면서, 그 자신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은유적이고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 가시밭길 같은 동양화의 길이 영생의 길이 되기 위해선 예수, 황진이, 춘향이 체험한 희생과 반전의 드라마가 연출되어야 함을 역설한 것으로 보았다. 김병종이 예수라는 서양의 거대한 아이콘을 문인화풍의 동양화로 변주했던 그 사실이 없었다면 동양화의 세계는 시대적 낙후성에 부끄러워졌을지도 모른다고 이 편집장은 덧붙였다.
미술평론가 류석우씨는 ‘생명’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삼라와 인간의 근원이 되는 주제를 갖고 30여년을 일관해온 점에 주목했다. 예수를 그렸든, 어린 성자, 아기 불, 황진이, 세계 곳곳의 사람들, 또 어떤 풍경을 그렸든, 그 본령은 생명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생명에 대한 끝없는 연민과 사랑, 하나의 작품,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서 오늘날 한국화단을 선도하고 있다고 보았다.
평론가 김종근씨는 “동양적 정신성 위에서 인간과 자연의 모습을 독특하고 뿌리있는 조형의식으로 꽃피운 점에서 우리시대 대표적인 작가다”고 했다. 80년대 중반까지 한국화가 동양화의 주요한 특질인 자연관도 보여주지 못했고, 정신성이나 형상의 새로운 해석은 물론 기운의 참다운 미의식과 조형성을 이룩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를 포함한 30~40대에 의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흐름을 짚었다.
평론가 김영재씨는 김병종을 ‘우리 콘텍스트를 싣는 제3흐름의 주역’이라고 했다. 김병종을 보면서 한국미술의 세계화 가능성을 이야기 했다. 전통지필묵에 의존하지 않으며, 화공 안료도 피한다. 세계의 시장에서 원산지 표시를 안 보고서도 사갈 수 있는 초국적의 그림을 지향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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