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아트 첫 선 / 2000년대 이후 작품 40여점
청명한 햇살이 바다에 닿아 에메랄드빛 카리브해를 만든다. 청자의 비취색같기도 한 물속을 물고기와 사람이 유유히 유영한다. 대서양의 한 자락을 배경으로 인간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알록달록한 색채와 간결함으로 표현됐다.
옆에는 보석같은 바다에서 자신의 몸보다 큰 물고기를 안은 ‘노인과 바다’가 걸려 있다. 반대쪽 벽면에는 머리보다 몇 갑절 큰 장식을 쓴 남미의 무희들이 간략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장식의 크기만큼 그들의 삶의 무게도 보인다.
전북일보와 전북도립미술관이 주최한 ‘김병종 30년 생명을 그리다’ 전이 7일 전주한옥마을 교동아트미술관과 교동아트스튜디오에서 첫 선을 보였다. 오는 10일부터 시작하는 주 공간인 전북도립미술관 전시에 앞서 시작한 교동아트 전시는 2000년대 이후 작품 40여점으로 구성했다.
한옥마을에 전시한 그림은 소품 위주로 분청빛의 물 시리즈와 화려한 여행 시리즈, ‘생명의 노래’ 연작이다. 중앙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의 풍광과 사람을 소재로 한 화려하고 이국적인 작품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한 추상적인 작품이 관람객과 만났다. ‘생명의 노래’ 연작은 노란 산수화 바탕에 다른 크기의 초록색, 짙은 감색을 원형으로 놓아 단순하면서도 철학적인 물음을 던졌다.
개관 첫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명료한 형태와 밝은 색에 눈길을 빼았기며 “동심의 순수성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옥마을에 들렀다 전시장을 찾은 이상희 씨(56)는 “외국 정취가 물씬 풍기며 모양을 단순화한 그림이 깨끗해서 눈에 확 들어오고 누구나 봐도 그림을 알 수 있겠다”면서 “물고기, 닭 등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의미가 궁금해졌다”고 감상평을 했다.
김정희(57)씨도 “화가가 나이가 들었는데도 아이 그림같은 순수함이 있고, 전체적으로 상큼한 기운이 느껴진다”면서 “소재도 다양하고 기법도 틀에 박히지 않아 입체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당설화’라는 그림은 지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 눈길을 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병종 30년 생명을 그리다’전은 오는 10일 오후 3시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공식 개막해 다음달 16일까지 진행한다. 도립미술관 전시에는 1980년대 제작한 ‘바보예수’,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천착한 주제인 ‘생명의 노래’ 연작, 남미 여행의 결과로 탄생한 최근작까지 김병종 화백의 30년간 화업을 집대성한 100여점을 대작 위주로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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