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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들이 본 김병종 작품세계 ②' 바보예수'에서 다시 '길위에서'까지

기독 이미지, 전통방법으로 구현 / 세계 곳곳 한국화 기법으로 풀어

▲ 김병종 作 ‘생명의 노래-수무어무인무야’
김병종의 작품은 즐거움을 준다. 미술 식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도 금세 작품 속으로 들어가 물고기와 새, 말과 함께 놀고 싶어진다. 작품 속 생명들이 작품 밖으로 뛰쳐나올 성 싶기도 하다. 평론가들의 평을 빌리지 않더라도 ‘동화적 상상력’을 만끽하며 에너지를 받게 하는 매력이 작품에 있다.

 

김병종의 오늘을 보면서도 1989년 첫 개인전에 나온 ‘바보예수’시리즈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는 평론가들이 많다. 동양화에서 기독교적인 주제를 다룬 그림이 극히 적었고, 수묵을 비롯한 동양화의 방법으로 기독교의 의미를 형상화한 작품이 거의 없었던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김병종의 예수시리즈는 기독의 이미지를 수묵, 담채의 전통적 매제와 방법으로 구현해 준 최초의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모델들은 기존의 해석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 상상의 소산으로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서의 바보이미지로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장발에 수염, 망토 같은 옷을 걸친 30대 남자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전형화 된 예수의 모습에 기초하고 있지만, 김병종의 예수이미지는 연민을 자아내는 장면 혹은 희화화 된 특징을 갖는다고 했다.

 

김병종은 왜 오랫동안 종교적 주제랄 수 있는 예수시리즈에 경주했을까. 평론가 오씨는 “적어도 바보예수를 통한 풍자적, 회화적 정신의 총체가 수묵과 운필의 구조에 가장 걸맞은 소재로 포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방법적인 면이고 자기 예술을 통해 자기의 신앙을 끊임없이 확인해 가는, 일종의 신앙고백의 형식으로서 일련의 예수이미지가 등장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고 풀었다.

 

예수에 이어 90년대 ‘생명의 노래’시리즈가 등장하면서 김병종은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물고기가 하늘과 땅 사이로 유영을 하고 연인들이 서로 껴안거나 손을 맞잡고 걷는다. 새와 꽃이 어우러지고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진다. 그림 속에서 그들 모두가 서로를 바라본다. ’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그림에서 물고기와 사람, 새와 말,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바로 나와 세상이, 나와 삶이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의 의미심장한 단편이다”고 보았다.

 

‘바보예수’에서 ‘생명의 노래’연작으로의 옮긴 걸음이 인간의 근원을 다루는 문제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변화를 나타냈다. 평론가 이재언씨는 “90년대부터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그의 메시지가 서사적인 데서 다분히 서정적인 데로 전향된 데 있다. 즉 보다 가벼운 소재와 서정의 농도가 더 짙어지면서 시각적인 정리가 더 돋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소재 채집망에는 서사적 고유명사가 아닌 익명의 소년, 새, 나비, 물고기 등의 이미지들이 잔뜩 포획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단다.

 

“소재면에서 다소 가볍고 일상적인 것들을 선택한 반면 그 무게가 화면의 완성이라는 데로 옮겨간 느낌이다. 화면은 다분히 삽화 같은 가벼운 톤에서 육중하게 강한 톤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즉 주제의 엄숙함을 화면의 견고함과 맞바꾼 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

 

최근 들어 전통적인 재료의 속성과 재질감에 새롭게 주목하면서, 부조로 된 판위에 종이를 열 번 이상 배접한 두터운 상태위에 판화작업이 된 종이를 얹고 거기에 채색을 곁들이는 방식은 곧 화면의 견고함을 추구하는 최근의 관심 거둔 성과라고 이씨는 평가했다.

 

김병종 교수가 20여년간 집중해온 ‘바보예수’‘생명의 노래’연작에서 요즘 다시 방향을 튼 곳이 ‘길 위에서’다. 오래 전부터 세계 많은 곳을 여행하며 〈화첩기행〉이라는 스테디셀러를 내기도 했던 그가 세계 각국의 풍속들을 한국적 시각과 한국화 기법으로 풀어 더 친근감 있게 다가서게 하고 있다. 쿠바·스페인 등지에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정겨운 모습들을 원색의 강렬한 색채로 담아냈다.

 

평론가 류석우씨는 “많은 나라, 많은 길을 떠돌며 문명의 풍요에서가 아닌, 원초의 삶과 풍경 속에서 진정한 생의 모습을 성찰했다. 순박하고 겸허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오지, 변방, 미문명의 사람들과 섞여들며 그의 정신은 깊고 높게 탈태환골했다. 그리하여 진정한 휴머니즘을 가슴에 담았고, 영원으로 통하는 생명의 길을 찾게 된 것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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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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