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 그림은 날치입니다.”
지난 10일 도립미술관에서 열린‘김병종 30년 생명을 그리다’전의 개막 부대행사로 특강을 펼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김병종 교수의 그림을 바다 한가운데에서 파닥파닥 뛰는 날치에 비유했다. 이 전 장관은 바다 속 물고기의 삶으로 김 교수의 그림 세계를 풀이했다.
이 전 장관은 “물고기는 바다 속에 살면서도 정작 바다를 보지 못한다”며 “바다를 본 물고기는 어부에게 잡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생명 밖으로 나오면 죽어 그것을 체험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바다에도 김병종같은 날치가 있어 쫓기다 위급한 순간이 되면 바다 위로 뛰어 바다를 본다”며 “김 교수는 우리가 죽어야만 알 수 있었던 생명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특강은 도립미술관 강당 195석이 가득 차고도 계단까지 간이 의자가 놓일 정도로 높은 호응을 받았다.
이 전 장관은 몇 달 전 뇌경막 수술을 마친 일을 소개하며“죽음의 문턱까지 가본 사람만이 생명을 안다”며 “나는 글로, 김병종 교수는 그림으로 표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교수 작품에 등장하는 소년을 언급하며 “김 교수는 12살 때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가 고착돼 그림에 소년을 등장시켰고, ‘바보예수’가 아버지였다”면서 “연탄 가스로 쓰러진 뒤에는 ‘생명의 노래’를 그렸는데 화면 가득 큰 꽃은 상여와 비슷한 느낌이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생명력이 넘쳤지만 외로고 슬프던 시절의 기억은 남미를 다녀온 뒤 화려한 색으로 다시 살아났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바보예수’연작에 대해 “서양의 어떤 그림에서도 김 교수의 예수를 본 적이 없을 만큼 감동을 받았다”면서 “빨간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린 예수의 모습은 우리와 같이 처절한 존재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김 교수 부인인 소설가 정미경 씨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이 전 장관은 “대학시절 정 씨의 글을 보고 ‘본인이 유능해 다른 일을 하더라도 소설 쓰는 것을 잊지말라’권했을 정도로 예술적 재능과 지적 소양을 갖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날 전북에 애정을 표하며“무너져 가는 전통예술을 지키는 고장에 존경심을 보낸다”고 강의를 마쳤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