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혁용 개인전 17~25일 우진문화공간
딱딱한 동(銅)으로 만든 탑에 부드러운 촉감의 나무로 조각한 완판본이 올려졌다. 금속과 나무를 접목해 각기 다른 물성을 탐구하며 자연과 산업을,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3m40㎝ 높이의 책탑에서는 ‘오래된 친구’인 ‘전통·현재·미래’가 만나 책이 되었다.
알루미늄과 철판을 이용한 설치 작업을 하다 나무에 천착하던 엄혁용 작가(54)가 전환기의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17~25일 전주시 전주천동로에 있는 우진문화공간에서 25번째 개인전을 연다. 올해에만 4번째 개인전이다. 노동력의 투입이 절대적이어서 준비기간이 긴 조각 작품의 특성을 고려하면 왕성한 창작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 완판본 작업과 함께 동판 형식의 부조 등을 선보인다. 최근 5년간 직지와 완판본을 소재로 나무 조각을 하던 그가 이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금속 조각을 주요 작품으로 배치해 출발점으로 삼았다. 물성에 대한 재수(再修)다.
그는 “나무 작업은 규모에 한계가 있다”며 금속으로 회귀했다. 하지만 아직 책에 꽂힌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전시장 한 벽면을 5~20㎝ 길이의 책의 조각 900여개로 채운 작품은 부인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전시 개막일인 오는 17일은 엄 작가의 부인이 난치병을 선고 받은지 850일 되는 날이다. 조각도로 새긴 책의 단면은 그동안 부부가 견뎌온 시간의 나이테다.
엄혁용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60여차례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전북대 교수(미술학과)로 재직하며 한국미술협회 이사, 한국조각가협회 이사, 한국기초조형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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