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청년에게 기회 공간 / 골목골목 상주작가 작업실 / 국내외 작가 교류전시 운영 / 창작 활동 촉진·다양성 확보
광주대인예술시장은 미술로 인해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된 사례다. 지난 2008년 침체된 원도심을 공공미술로 활용하겠다는 예술가, 기획자의 의지와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 프로젝트가 맞물려 시작했다. 빈 점포에 예술가의 작품을 설치해 일상공간에 예술을 들였다. 해당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광주시는 이듬해 12억 원, 2010년부터 매년 6억 원을 투입했다. 상인과 예술인이 부대낀 결과 이들이 공존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아시아문화예술 활성화 거점 프로그램인 대인예술시장 별짱 프로젝트와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 등 두 갈래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속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곳이 성장한데는 터를 잡은 예술가의 창작활동과 기획자의 방향 설정이 바탕이 됐다. 국내·외 예술가의 교류를 통해 끊임없이 창작을 자극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현장을 살펴봤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7월24일 광주대인예술시장에는 또 하나의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한평갤러리’. 말 그대로 3.3㎡의 빈 점포 공간을 예술가의 작품을 발표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중간에 ‘터치는 부끄러워요’라는 안내도 걸었다. 인근에는 문화상품과 수제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청년 가게 미담갤러리도 문을 열였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매월 둘째주 금요일 저녁에 여는 야시장으로 골목이 분주해졌다. 시민판매자 130명, 예술인 15명이 참여하는 야시장은 예술과 시간, 시민이 소통하는 곳이었다. 문화콘텐츠를 상품화하는 한편 청년에게 기회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대인시장의 단면이었다.
골목 사이사이에는 전통시장의 전형적인 모습과 함께 창작스튜디오다다, 메이커스스튜디오, 레지던스 다오라, 미테갤러리, 미테우그로와 같은 문화공간뿐 아니라 이곳들을 중심으로 약 30명의 작가가 작업실을 만들어 상주하고 있었다. 회화, 도예, 사진, 설치, 조소 등 주로 시각예술가가 자리를 잡았다. 설치, 미디어의 전준모 작가와 조각의 김탁현 작가는 ‘경상도 사나이’로 둥지를 틀었다.
대인예술시장의 대표적인 대안공간으로 국내·외를 기반으로 작가 교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테우그로(Mite Ugro)로 방향을 잡았다. 전라도 말로 위와 아래를 합친 이름이다. 이날은 레지던시를 수행한 태국 작가가 귀국을 앞두고 전시를 진행했다.
2009년에 출발한 미테우그로는 연간 7~8명의 작가와 레지던시프로그램을 한다. 주로 인도네시아. 태국, 미안마 등의 대안공간과 작가 맞교환형식으로 추진한다. 이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각 기관이 부담을 더는 현실적인 결과물이다. 작가 교류를 기반으로 현지와 교류전시를 하고 국내 부산, 대구, 서울 등과도 연합 전시를 연다. 행사와 발간물 발행 등은 광주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다. 올해도 전반기 5명, 후반기 3명에게 작업실을 제공한다.
이 곳의 큐레이터인 김형진(Haru.K)씨는 “되도록이면 거리가 가깝고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동남아시아와 인연을 맺는다”며 “지역작가가 성장하도록 변화하는 동기를 제공하고 그런 환경에 계속 노출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트페어가 선호하는 작업이 아닌 개성 넘치는 작가로 이뤄졌다”며 “주류에서 배척된 작가들을 수용하는 공간이 있어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지역에 비엔날레와 같은 굵직한 행사가 있지만 기획이 있어야 교류의 지속성이 있다”며 “답답한 구조를 바꾸고 싶다면 스스로 움직여야 하고, 관에서는 요구하는 실적이나 결과물은 작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매개자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이라는 상업공간에 비상업공간이 들어오면서 흥행을 이끌자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대인예술시장도 현재 월세는 30만 원가량으로 밖과 비슷하다. 오는 2018년이면 공적자본의 투입이 일몰로 예정됐다. 이후 예술가가 어떻게 남고 누가 운영하느냐는 과제다.
정삼조 별짱프로젝트 총감독은 “지역예술가와 상인 등 각 주체간 협력시스템과 해당 프로젝트가 자생력을 갖추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공공건물을 확보해 예술가에게 안정적인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청년들이 새로운 주체로 참여한다면 창조적 인력과 예술이 만나는 특성화된 지역으로 남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광주=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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