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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미술, 교류가 답이다 ③ 부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다양한 예술, 지역민과 어우러진 곳

▲ ‘또따또갗 이정표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도 지역문화브랜드’ 대상에 부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가 선정됐다. 관용, 배려, 문화적 다양성을 뜻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Tolerance)’의 ‘또’, ‘따’로 활동하지만 ‘또’ 같이 한다는 의미와 거리 ‘가(街)’를 합친 말이다. 이곳이 위치한 중앙동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 금융기관이 몰려있었고 이 건물들 뒷골목은 300여개의 인쇄업체가 있던 동광동 인쇄골목이다. 현재는 ‘40계단’을 이정표로 100여개의 인쇄업체와 예술창작공간이 있다. 입주작가들은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삶과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창작공간의 필요성과 그 가치를 높이고 있었다.

 

6.25 전쟁 직후 부산에서 이산가족의 상봉 장소이자 피난민이 영도다리를 보며 삶의 고달픔을 달랬던 중앙동의 40계단은 최근 6년새 부산의 관광명소가 됐다. 바로 또따또가 때문이다. 시각예술뿐 아니라 연극, 영화, 문학, 수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오래된 공간에서 ‘영혼이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는 예술인이 지역민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과 함께 건물주, 주민의 공감이 바탕이 됐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지난 7월31일 또따또가를 찾았을 때 22개 건물에 모두 74개의 창작공간이 운영되고 있었다.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예산 4억3000만 원 중 3분의 2가량인 2억8000만 원을 이렇게 임대로 사업비로 쓴다. 그외 사업비는 도록 제작, 아트마켓 진행비 등을 집행한다.

 

작가 개인당은 현지 임대료를 고려해 중심가를 벗어난 3층 또는 4층의 공간을 임대하는데 보증금 없이 1년간 연세로 약 500만 원을 지급한다. 전액이 부산시의 재원이다.

 

지난 2010~2012년 1기, 2013~2015년 2기로 작가를 선발했다. 내년부터 3기 작가를 받는다. 2기 공모를 시작하기 전 논의 끝에 객관적 활동 근거가 있는 50%는 잔류했다. 일부는 활동이 미진해 자발적으로 나갔다. 연속으로 입주할 경우 임대료의 50%만 지원한다. 2기 참여 작가들은 잔류를 많이 고민하는 상태다. 1기는 이미 터를 잡아놓아 기존 공간의 유지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임대 예산을 줄여 잔류를 원하는 작가를 대상으로 창작 활동을 위한 예산도 고려하고 있다. 운영지원센터는 장기적으로는 새 작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주 공모를 실시하면 경쟁률은 보통 4대1에서 7대1까지다. 심사는 개인적인 창작능력보다 지역민과의 어울림에 무게추를 둔다. 능력, 소통, 참여라는 단어를 중심에 놓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출한 계획서를 유심히 본다. 계획서에 따라 입주 작가들은 인형, 퀼트, 드로잉 등 전공에 따라 개별적인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르가 여럿이다 보니 가용할 인력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 이지숙 팀장은 “작가별로 1년차는 자기 공간을 정리하고 2년째는 주변 상인과 친해지고 3년째는 관련 사업을 하다 보면 끝난다”며 “보통 다른 창작공간은 1년을 머물지만 여긴 3년이라도 결코 긴 기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주변 상점에는 입주작가의 작품을 벽에 건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커피숍이나 식당 등에 진열하면서 구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곳이 다른 창작공간의 부러움을 사는 특징은 시청과 문화재단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독립성 보장이다. 이에 작가나 지역민의 자발적인 ‘삼삼오오’ 정신으로 ‘보따리 갤러리’나 협동조합인 ‘가치공작소’ 등 이곳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카페 ‘백년어’는 인문학을 함양하고 이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지숙 팀장은 “지원은 하되 창작발표회와 같은 성과 도출은 요구하지 않는다”며 “행사의 의전도 없애고 작가들이 필요에 의해 기획하는 자율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따또가는 거리행사 외에도 상, 하반기로 나눠 고정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하반기는 ‘왔다갔다 아트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서울 문래동, 광주 대인시장, 일본 후쿠오카, 히로시마 지역과의 교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후쿠오카트리엔날레와 연계했으며 연극 3개, 무용 1개 등 2달간 일본 규슈지역 예술가와 협업했다.

 

△공간 확보는 과제

▲ ‘또따또갗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부산 중구의 원도심 문화예술투어 ‘또각또각’,·사진제공=‘또따또갗

또따또가도 지가 상승과 거점공간의 확보는 과제다. 대부분의 건물이 건축한 지 40년이 지나 상속·증여로 건물주가 바뀌는 상황이 발생하면 계약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사업 초기 고령자였던 건물주는 ‘상징적인 소유’였다면 자식 대에서는 사업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따또가의 작가들은 ‘문화알박기’운동을 했다.

 

이지숙 팀장은 “사업 초기 취지를 이해한 건물주가 공간을 저렴하게 내어줬지만 관광지로 부각된 뒤 현재는 체감할 정도로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며 “대기업이 주변을 개발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는데 한 작가가 해당 지역의 건물을 매입하면서 개발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고 들려 주었다.

 

이 팀장은 “입주 공간을 늘리기 위해 빈 공간과 건물을 찾아내는 게 일이다”며 “대부분 금융기관이 부산시 남구 문현동의 금융단지로 이전한 상태로 이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가 재정지원을 중단할 경우를 대비해 또따또가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운영체제 마련과 거점공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지숙 팀장은 “예술 생태계의 조성과 더불어 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원도심은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높고, 기존의 문화자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문화도 지역민과의 어울림 없이, 사업이 목적인 곳은 한계가 있다”며 “작가가 지역민과 더불어 자리 잡고 생존을 고민하면서 교류를 통해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이세명,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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