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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 신팔복
시장에 가면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다. 가는 곳마다 수북수북 쌓인 상품들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를 비켜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면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 곳을 볼 수 있다. 호기심이 생겨 어깨너머로 들여다보면 장사꾼의 호객과 재담으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재래시장에 가면 대형 마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시장만의 매력 중 하나인 흥정이 있다. 자기가 파는 물건이 가장 좋다느니,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거저 준다느니 하며 능수능란한 솜씨로 후딱 팔아넘긴다. 고객들도 반신반의 하며 속마음으로는 ‘장사니까 으레 그러려니?’ 하며 값을 치른다. 시장과 흥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생관계다. 터무니없는 가격만 아니라면 적정한 선에서 흥정이 이루어지고 흥정을 통해 정이 오고 가서 단골손님도 생기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가게(廛)마다 모양도 색깔도 다양한 물건들이고 풍기는 냄새도 다양하다. 꽃 가게의 꽃향기부터 방앗간의 고소한 기름 냄새, 생선가게의 비린내까지 가지가지다. 시골의 흙냄새, 바닷가의 갯내, 외국에서 온 이름 모를 냄새들까지 모여 수많은 사람이 스칠 때마다 유혹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을 찾는 사람들 모습에도 모두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세월로 만들어진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곱게 단장한 여인의 모습, 수수한 차림의 중년 남자, 미소 띤 환한 얼굴도 있고, 걱정가득한 입을 꽉 다문 초췌한 얼굴도 있다.

 

시장을 가면 요즈음은 옛날과 달리 자기만 알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나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나,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다는 막무가내 얌체족이 늘고 있다. 장사한다고 걸어 다닐 길도 없이 물건을 내어놓고, 옆집은 생각지도 않고 큰소리로 호객하는 행위나 고객을 속여 폭리를 취하는 야릇한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격이 바닥임을 나타낸다. 상도의가 없는 야박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내 물건은 팔아야 하고 남의 물건은 팔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사람들은 사람 냄새보다는 꾀죄죄한 돈 냄새가 더 많이 난다.

 

돈이 좋기는 해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이웃 사랑의 마음을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장사를 해도 이웃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인정을 베푸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외모만 반지르르한 사람보다는 속이 꽉 찬 사람들이다. 빠듯한 살림에도 남의 처지를 내 아픔으로 생각하고 어린이 재단이나 불우이웃돕기에 동참하여 적은 성의라도 모아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평생을 절약하며 꼬박꼬박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고 사회에 맡기는 사람들은 마음씨가 고운 세상의 천사들이다. 이웃을 밝혀주는 등불이다. 진정한 사람의 향기가 풍긴다.

 

나는 어렸을 때 무척 내성적이었다. 말수가 적었고 혼자서 노는 일을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내 편협한 생각이겠지만, 은근한 사람이 좋다. 호들갑스럽지 않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며, 이웃에 인정 베푸는 양심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살아가면서 멀리 있어도 찾고 싶은 친구가 있고 가까이 있어도 만나기 싫은 사람도 있다. 자기와 성격이 잘 맞거나, 하는 일이 서로 비슷해서 잊히지 않는 이도 있다. 옆에만 있어도 너그러움이 느껴지고 마음이 포근한 사람과 가까이하며 산다면 정말 행복한 삶이겠다. 큰 행운을 얻은 사람이다.

 

사람 냄새가 그리워지는 시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려진 내 자화상은 어떤 냄새일까? 내 안에 있는 허접스러운 쓰레기를 찾아 버려야 할 것 같다.

 

△2010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행촌수필문학회 사무국장과 진안문협 부회장을 지냈다. 현재 영호남수필 부회장과 전북문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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