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북경에 7년째 공간 지원 / 미술인 교류 가교 역할…모범사례 꼽혀 / 대전 이응노미술관도 파리에 진출 운영
해외 레지던스는 교류의 첨병이자 최적화된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력, 예산, 현지 조건 등이 수반돼야 한다. 국내 미술관 가운데 비상업적으로 해외 창작지원공간을 운영하는 곳은 광주와 대전이 대표적이다. 관립단체로 7년째 중국 북경창작센터를 운영하는 광주시립미술관은 장기간에 걸친 사전 조사와 운영으로 모범 사례로 자리 잡았다. 공립미술관인 대전의 이응노미술관은 고암 이응노 작가의 유산을 활용해 지난해 프랑스 파리이응노레지던스를 시작하며 현지에 지역 작가를 알리고 있다.
△긴 호흡으로 현지화
광주시립미술관은 국내 관립미술관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하게 중국 북경에 비상업적으로 창작지원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북경창작센터는 지난 2009년 말 문을 열어 올해 제7기 입주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광주 작가 30명, 현지 중국 작가 15명이 이곳을 거쳐 갔고 머무르고 있다. 798예술특구에서 차로는 10분, 도보로 30분 거리의 북경시 조양구 따산즈 환티에 예술청에 170㎡ 규모의 스튜디오 5개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연간 임대료 2억 원을 부담한다. 자신의 작업 색깔을 낼 수 있는 4명의 지역 작가를 선발해 각각 월 60만 원의 창작지원비를 지급한다. 공모를 통한 경쟁률은 평균 5대 1이다.
더불어 3년차부터는 단기로 연간 중국작가 3명을 4개월씩 받고 있다. 이들이 지역작가와의 교류에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지 작가는 광주 작가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경창작센터에서 1년간 지낸 임남진 작가(46)는 “창작 환경이 국내에 비할 데 없이 좋았고 긴장감 유발과 함께 동기 부여가 됐다”며 “시야를 넓이고 자신의 작업이 어느 위치인가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받은 혜택을 지역에 환원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은 책임감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올해 선발된 제7기 설박, 윤준영, 정성준, 황정후 작가도 현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석가장 만영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22일까지 한국현대미술전 초대로 이들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는 798예술특구에 있는 갤러리 Force(포스)에서 작품발표전이 예정됐고, 798윈갤러리에서는 릴레이 개인전을 하고 있다.
북경창작센터가 안정되고, 활성화 되기까지에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곳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5년의 사전 조사가 필요했다.
김민경 학예사는 “중국은 가까운 나라지만 땅은 국가 소유고 건물임대는 몇 단계를 거치기도 해 계약 문제부터 벽에 부딪쳤다”면서도 “미술관에서 계속 현지 관계자와 교류하면서 5년간 준비했고, 7년 가까이 유지한 결과 그 공간이 광주라기보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공간이 돼 많은 자치단체가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경창작센터 박웅규 매니저는 광주 출신으로 중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박 매니저는 “올해는 4명의 입주작가 모두 798윈갤러리에서 릴레이로 개인전을 여는데 올 초 입주한 중국 작가 까오핑(高平) 씨의 노력이 있었다”며 “중국에 자리한 만큼 현지인의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줬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이어 “북경에서 외국작가들이, 개인이 아닌 단체로 묶여 눈에 잘 띄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다”고 덧붙였다.
△지원 주체의 의지 관건
고암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전의 이응노미술관은 지난해부터 해외에 직영으로 레지던스를 운영한다. 프랑스 파리 보쉬르센느 고암문화유적지 내 5동 가운데 한 건물을 파리이응노레지던스로 활용하고 있다. 고암의 미망인인 박인경 명예관장이 리모델링한 뒤 미술관이 임대 형식으로 사용한다. 박 명예관장의 인맥을 통해 현지에서 대전 작가를 소개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연간 대전 작가 3명을 공모해 1억 원의 예산으로 왕복 항공비, 스튜디오, 창작 활동비, 교통비를 지원한다. 작품의 독창성을 기준으로 선발된 작가들은 8~10월 이곳에 머무르며 30곳의 문화 탐방과 현지의 전문가가 작업에 대해 조언하는 2차례의 세미나를 진행한다. 올해는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국제행사에 오픈스튜디오가 등록돼 17일부터 24일까지 입주 작가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파리 레지던스는 고암의 유산, 자치단체장의 의지 등이 맞아 현실화됐다.
김문정 학예연구팀장은 “교육자로서 활동한 고암의 뜻을 이어 지역작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준비했는데 행정의 예산 지원이 일치된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어 “거리감이 있어 현지의 피드백을 반영하는데 시간차가 있지만 안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작가가 다음 작업을 위해 자극을 흡입하고 해외에서 자신의 작업이 어떻게 읽혀질 수 있나를 파악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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