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창작공간·지원금 필수
교류(交流)는 서로 다른 물줄기가 섞여 흐르는 모양이다. 또는 문화나 사상 등이 통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지역 작가 차원에서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광주 대인예술시장과 부산 또따또가에서는 작가 그룹과 민간 주도로 흐름을 만들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해외 현지에 레지던스를 두며 출구를 마련했다. 대만 아티스트빌리지는 ‘작가 맞춤형’ 지원을 지향하며 작가들이 선호하는 교류의 장이 됐다.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은 트리엔날레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작가를 발굴·소개하며 정체성을 확립해 지역미술관이지만 국제적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모두 모범 사례로 꼽히지만 과제는 있다. 이들이 후발 주자인 전북에게 들려준 고민을 통해 지역 미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다.
△지속가능한 거점 공간 마련
실질적인 국제 교류를 위해서는 창작스튜디오라는 공간이 필요조건으로 꼽힌다.
이에 전북도립미술관도 현재 완주군 상관면의 옛 면사무소 건물을 개조해 내년부터 각국의 미술작가와 도내 작가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해외 교류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공간 정비가 끝나면 내년부터 세미나, 기획전시, 작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 지역민과의 소통 프로젝트 등을 운영할 방침이다.
이 창작스튜디오는 애초 지난 9월11일에서 오는 15일까지는 여는 ‘아시아 현대미술전 2015’에 참여하는 국내·외 작가와 도내 작가 등 모두 8명을 선정해 입주시킬 계획이었지만 예산 지원 절차에 따라 미뤄져 내년을 기약했다.
이 같은 거점 공간 확보 문제는 예술시장으로 성공한 광주 대인시장도 마찬가지다. 사업 초기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프로젝트로 시작해 앞으로 3년까지 시의 지원이 예정됐지만 자생적 시스템을 갖추고 주체간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현안이 있다. 이는 대인시장이 유명해지면서 지가가 상승한데서 더욱 기인한다. 작가들이 들어가 작업하는 공간의 월세가 30만 원으로 광주 시내와 비슷하게 됐기 때문이다. 공공건물을 확보해 안정적인 창작 공간, 즉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운영 주체인 별짱프로젝트의 지상 과제다.
지가 상승에 따른 고민은 부산 또따또가도 체감하고 있다. “더 이상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운영지원센터의 토로다. 연간 예산의 3분의 2가량인 3억5000만~4억 원을 작가에게 임대료로 지원하고 있지만 공간 변용에 대한 한계가 왔다. 현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건물 사이의 공간과 숨겨진 건물을 찾아내는 게 일이다.
운영지원센터 이지숙 팀장은 “별도로 지구 지정이 안 돼 새 공간과 계약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서울 문래동, 홍대와 같이 지가의 상승으로 예술인이 쫓겨날까봐 홍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프로젝트의 종료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이지숙 팀장은 “시의 지원이 끊기더라도 또따또가 브랜드는 작가들이 뭉쳐 운영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공공건물을 거점공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현지화
국내 교류든 해외 교류든 현지화는 충분조건이다. 광주 대인시장은 지난 2008년부터 예술가, 기존 상인, 청년 상인간 갈등이 발생했고 운영 주체는 예산 구성 비율을 조정하며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상인, 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각각의 프로그램을 적절히 배치해 이를 해소한 뒤 대중화의 단계로 시민을 끌어들여 안정화를 꾀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성장통이 대인시장의 저력이었다.
대인시장 별짱프로젝트 정삼조 총감독은 “이곳은 서로가 부대끼고 사는 삶의 현장이다”며 “2018년까지 지원이 보장됐지만 이후 예술가가 대인시장에서 어떻게 남고 누가 운영하느냐는 지역 작가와 상인간의 관계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교류 공간의 원주민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접목도 필요하다.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의 경우 트리엔날레를 영화제 기간에 열어 지역의 축제 분위기에 동참한다. 미술행사 하나로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후쿠오카는 음식문화가 발달돼 지난 2005년 제3회 트리엔날레 때는 음식점과 연계한 행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현지화는 해외 교류에서 절실한 문제가 된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중국 북경창작센터는 5년간의 준비 끝에 문을 열었다. 중국은 땅이 국가 소유인 특수성을 고려해 계약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건물주에게 최대 50년간 땅을 임대하는 형식이지만 처음 임차인은 다른 사람에게 또 임대를 놓는 식이어서 복잡한 계약 관계가 이뤄진다. 만약 정부가 필요에 의해 갑자기 토지를 수용하는 상황도 예측할 수 없어 위험 부담이 크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연간 2억 원 가까이 임대료를 부담하지만 매년 오르는 임대료도 예산의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
김민경 학예사는 “해외 레지던스는 예산 지원만으로는 할 수 없다”며 “처음 기획 단계에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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