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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정기연주회 '한국의 혼…'] 명인만 있고 관현악단은 없었다

문화재들 유려한 소리 호평 / 연주단 곡은 없어 취지 무색 / 정체성·역량 강화에 중점을

▲ 지난 25일 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정기연주회에서 최경만 명인이 연주단과 협연을 하고 있다.

“도민들에게는 명인명창의 귀한 무대를 선사하고, 관현악단에게는 자극과 함께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 지난 25·2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무대를 올린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단장 조용안)의 정기연주회 문패는 ‘한국의 혼, 위대한 명인 명창전’. 전북지역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명인·명창과의 협연으로 도민과 관현악단원 모두에게 ‘선물’이 되는 연주회를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기획의도 달성여부로 정기연주회를 평가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우선 명인명창의 무대는 유려했다. 특히 지난 25일 열린 명인전은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도립국악관현악단과 처음으로 협연무대에 선 최경만(피리) 이생강(대금) 명인은 그 명성만큼이나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지성자(가야금) 김일구(아쟁) 조창훈(대금) 명인도 대가다운 연주를 선사했다. 관현악단과의 협연을 위해 명인들은 연주회에 앞서 한두차례 관현악단과 화음을 맞췄고, 가끔 박자를 놓치거나 음정이 맞지 않았지만 명인들의 무대를 만났다는 기쁨에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관현악단도 명인들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공들여 연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연주회를 본 국악계 관계자는 “도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가 전보다 정제된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26일에도 명창들의 무대는 화려했다. 이동규 김영자 이춘희 강정열 이임례 방성춘 이순자 명창 등 이미 일가를 이룬 문화재들이 무대에 섰다. 소리로는 공인받은 이들이었지만 관현악단과의 협연은 불편했다. 관현악단은 협연을 위해 관현악 반주곡을 3곡 만들고 명창들과 소리를 맞췄지만 서양악보 체계를 따르는 관현악단과 전수로 익힌 명창의 소리는 빈번하게 어긋났다. 소리는 좋았지만 협연은 어려웠고, 명인전보다 섬세하지 못했다.

 

관현악단은 이틀간의 정기연주회에서 선보인 열두무대를 모두 협연으로 채웠다. 이 가운데 관현악단 단원인 장윤미 해금수석과의 협연무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문화재를 내세웠다. 그런데 이번 연주회가 일 년에 한차례 선보이는 정기연주회라는 점에서는 기획의도에 의문을 갖게 된다. 정기연주회는 연주단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보여주는 자리다. 따라서 가장 공들여 준비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국악관현악단은 자신들의 무대는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 모두 명인명창을 주인공으로 앞세우고 반주를 자처했다. 관현악단 정기연주회에 관현악곡이 한곡도 없었다는 점에서는 더욱 의아하다. 조용안 단장은 “취임 전 기획된 무대”라고 했지만 첫 정기연주회를 자신의 색깔은 물론 관현악단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연주회로 꾸린 것은 단장의 역할을 간과한 것이다.

 

또 다른 국악계 관계자는 정기연주회에 대해 “명인명창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무대였다”며 “명인명창도 관현악단도 모두 힘들고 불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문화재 무대는 다른 기획으로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기연주회는 관현악단의 역량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립국악원은 ‘한국의 혼, 위대한 명인명창전’을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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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정 eun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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