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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주시립합창단·슈바빙 오페라 '사랑의 묘약'

오케스트라·합창 하모니'탁월' · 주목할만한 지역 재원 발굴 성과

전주시립합창단과 뮤직씨어터 슈바빙이 함께 하는 기획공연 ‘사랑의 묘약’은 사랑이 가져오는 온갖 것들, 밀당은 기본이고 질투, 고통, 상실, 연민, 기쁨이 얽히고 설킨 오페라다.

 

이 세상에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어수룩하고 착하기만 한 촌놈 네모리노는 언감생심 동네의 퀸카 아디나를 짝사랑한다. 지주의 딸 아디나는 미모에 죄 까막눈인 동네 여자들에게 책 읽어주는 지성까지 겸비했다. 가뜩이나 그의 가망 없는 사랑에 정말 멋진 놈 벨코레 하사가 나타나 아디나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다. 어쩔거나, 네모리노! 절박한 네모리노는 떠돌이 약장사 둘카마라에게 수중의 모든 돈을 탈탈 털어 사랑의 묘약을 사서 마신다. 한갓 포도주일 뿐인 짝퉁 약에 취해 자신만만해진 네모리노는 간덩이가 부어 아디나 앞에서 만용을 부린다. 그런 행동을 괘씸해 한 아디나는 너무도 쉽게 벨코레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의 신묘함이 나타난다는 하루 후까지만 어떻게하든 결혼을 연기시키려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때쯤 처음에는 좀 답답하게 들리던 네모리노 역 하만택의 노래가 노련한 연기와 더불어 궤도에 오르더니 무르익는다. 아디나 역 조수빈, 풀섶에 반짝이는 보석을 발견한 기쁨을 준다. 목소리의 결이 참으로 아름답고 곱다. 신인답지 않게 끝까지 힘을 안배하는 노련함도 돋보인다. 벨꼬레 김동식,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잘 연마되고 군더더기 없는 균질의 벨칸토를 들려준다. 둘까마라 김일동, 목이 하나 더 솟은 거구와 그 몸뚱어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량이 가히 압도적이다. 그래서 여느 베이스역과는 다르게 민첩성을 요구하는 둘까마라역에는 어떨른지 염려가 내심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란한 수다를 쏟아내는 바소 부포(코믹 베이스)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다. 연출 조승철은 이들의 모이고 흩어지는 동선이 음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극적인 표현을 잘 드러내도록 고려한 원숙함을 보여준다.

 

돈이 없는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을 더 구하고자 군대에 지원한다. 이때쯤 웬일인지 너무도 쉽게 벨코레의 청혼을 받아들였던 아디나는 마지막 절차인 결혼서약서에 서명을 망설인다.

 

약장수 둘까마라를 통해 전후사정을 전해들은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진실한 사랑에 감동한다. 무기력하게만 보였던 네모리노의 사랑이 구원을 받는 순간이다. 그 묘약은 진실의 힘이다.

 

오늘 공연은 전주시립합창단의 안정된 하모니가 받쳐준 단단한 저력에 힘입은 바 크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지휘자 김철의 활약이다. 분명한 끊고 맺음의 지휘테크닉과 열정에서 추동된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아우르는 지휘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또한 전북의 아름다운 꽃들이 발굴된 점도 이번 공연의 큰 수확이라 하겠다. 소프라노 양두름, 조수빈(아디나 주역)은 전북대학교에서 발굴해낸 재원으로 유명 전국 콩쿨에서 대상을 수상한 우리 지역의 유망주이다. 사실 전주시립합창단과 뮤직씨어터 슈바빙(김제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은 언제나 부족한 재정에 독자적으로 이런 오페라를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단체의 인적, 물적 자산과 노하우가 연대해 땀 흘려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 아닐 수 없겠다. 뮤직씨어터 슈바빙 이은희 총감독(전북대 음악과 교수)의 헌신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 터이고.

▲ 지성호 오페라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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